역사와 환경

사편(史片) 2008. 4. 24. 21:34 Posted by 아현(我峴)
정철웅, <역사와 환경-중국 명청 시대의 경우>, 책세상, 2002

역사와 환경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되는 글이다. 그동안 역사연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이 4가지 범주에서 대부분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근대이후에 발생했다는 아주 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역사에서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문제는 근대이후에 나온 생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논의였다.

명청시대를 예로 들어 환경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말하고자 한다. 명청시대가 되면 인구이동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특히 명과 청이 교체되는 청초에 극심하게 발행했다. 동쪽에 있던 주민들이 서쪽으로 옮겨가고 평지에 있던 사람들이 산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동에서 서로, 평지에서 산지로의 이동은 산지에 있던 자연환경을 변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가장 심했던 것이 바로 화전(火田)으로 인한 산림의 파괴였다. 화전은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년에 걸쳐 돌아가는 윤회로 이루어졌다. 이로인해 산림의 남벌은 더욱 심해지게 되었고, 산림의 부족은 산사태를 발생시키고 토사를 유출하여 하류지역의 홍수도 빈번하게 유발시켰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이를 몰랐을리 없다. 지방지를 보면 산림남벌로 인한 식목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만 되면 명청시대에도 이를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근대적인 생각일 뿐이다. 청 조정에서는 이와같은 문제를 전혀 환경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 단지 보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 산림파괴로 인한 여러 다른 현상들을 유기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아름답게 다시 되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춘 식목사업과 봉산(封山)조치만 취해지고 있었다.

전근대에서의 환경사는 이처럼 환경문제가 아닌 당시인들과 이들에 의해서 발생한 여러 자연조건의 변화에서 찾아야 하지, 근대적인 환경문제로는 이를 오독할 우려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는 곧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변화와도 연결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사와 사회사, 특히 문화사 부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볼 수 있다. 이우연의 19세기 땔감 부족으로 인한 산림채벌과, 김성우의 경지부족으로 인한 산지 경작등의 논문등은 그러한 연구범주라고 할 수 있다. 기회가 있으면 적기하도록 한다.

08.04.23. 我峴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