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기억

사편(史片)/그외 2012. 8. 14. 01:17 Posted by 아현(我峴)

역사와 기억은 대립하는가.(정진성, <역사학 길잡이>, 경인문화사, 2008)

 

1. 기억이 역사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다.

 

  *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는 역사의 여신 클리오Clio의 어머니 → 기억이 역사의 원천

  * 오히려 역사가 기억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일종의 양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역사는 기억을 지배하려하나 기억은 자꾸만 그로부터 뛰쳐나가려 함

  * 기억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갖는 이미지나 느낌

  * 역사란 일상의 시간을 초월하는 시간성

  * 기억은 너무 개별적이어서 자의적이고 산만하며, 너무 원초적 감정에 빠져있어 변덕스럽고 신뢰성이 없어 보이나. 대책없는 기억이 훨씬 월등한 역사의 식민통치를 받는 것은 정당한 일로 여겨진다

  * 역사는 나름의 논리적-역사적 시간-를 구축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거와 방향성을 제시

  * 역사는 기껏해야 문화재의 형태로 존속, 급기야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자본주의적 관광상품으로 전락

  * 역사적 시간이란 처음부터 근대문명 특유의 시간 체험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등장한 것

  * 기억은 단순히 지난 과거를 끄집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난 과거와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을 메워준다

 

2. 기억 담론의 정치적 함의

 

  * 역사에서 기억으로 중심을 이동하면 → 역사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억압되거나 무시되어 왔던 사적인 기억들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

  * 역사란 지배질서의 정당화와 영속화를 위해 선별된 관제 기억일 수 있다.

  * 기억의 문제는 곧바로 "기억의 정치"의 문제가 된다 → 민족, 계급, 젠더, 지역 등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맞물림

  * 기억 담론의 정치적 함의 → 과거의 신화를 해체하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를 再神話化하고자 한다.

  * 20세기말 유럽에서 기억이 정치적 시사성을 띠게 된 데는 증언이 큰 영향을 끼침

  * 증언은 역사적 사실과는 결을 달리함

  * 홀로코스트같은 미증유의 참극을 다루기 위해 기존의 역사적 개념들과 설명방식은 턱없이 부족

 

3. 기억은 곧 문화적 기억이다

 

  * 기억 담론의 의의는 한편으로는 역사의 독주를 막고 과거 재현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데 있지마, 다른 한편으로는 재현될 수 없는 과거가 있다는 점에 주목

  * 믿음-신화?-은 역사를 이루는 원근법적 중심에 행위자로서의 주체를 세움으로써 가능. 이 주체는 따지고 보면 과거보다는 현재의 정치적 욕에 따라 설정된 것으로, 과거에 일방적으로 투사되어 현재와 과거의 간극을 말소

  * 역사의 주체를 이상화하는 관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과거에 존재하던 타자와 그들이 경험한 과거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됨

  * 기존의 역사학은 민족이나 계급 등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자기정체성의 수립을 목표로 역사적 주체의 의지를 애써 강조하며 이것의 계승을 역사의 연속성으로 규정

  * 역사학도 하나의 기억 방식에 불과하다는 발상, 역사서술의 상대화

  * 문화적 기억의 개념

  * 문화란 인류가 개개인의 숙명적인 유한성을 초극하기 위하여 선대의 유산을 후대에 끊임없이 기억하는 과정이므로 기억은 근원적으로 문화적 속성을 가짐

  * 기억이란 반드시 이러한 사회적 구성틀을 통해서만 매개되며 오직 그 내부에서만 유효

  * 기억의 과정에서 형식은 내용을, 수단을 목적을 능가함

  * 문화적 기억 개념은 기억의 복합적 성격과 항시적인 변화가능성을 드러내주는 장점이 있음

  * 피에르 노라의 "기억의 터 lieux de memoire" 개념

  * 기억의 터는 기억이 사회·정치적 갈등을 넘어 장기적으로 형태변이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줌

  * 역사는 기억과 대립되기보다는 스스로가 하나의 기억의 터

 

4. 기억의 윤리성

 

  * 구조기능주의를 비판하며 재현의 문화적 체계에 주목했던 포스트구조주의는 재현이 원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재등장시킨다는 점을 강조

  * 트라우마 개념

  * 우리는 과거에서 단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우리를 멀리서 애타게 타자에게 다가서려는 것이다. 우리는 타자를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부르짖음에 응답하며 공감대를 만들어보려는 것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