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후기

건양대강의/2011.2학기 2012. 2. 16. 15:01 Posted by 아현(我峴)

일찍 썼어야 했는데 게으름이 나의 온 몸에 도사리고 있는지라.

강의 마지막 시간에 강의평가를 했다. 종이 한장을 나누어 주었고, 학생들은 솔직하게 내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기술했다.

대부분 칭찬인데, 유일하게 칭찬 한마디 없이 6조목에 걸쳐 내 강의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학생이 단! 한명 있었다. 어유~ 이뻐라. 2분반이던데....ㅋㅋ

분명 고쳐야 할 부분이고 3년간 울거먹은 내 강의 스타일을 좀더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에서 적어둔다.

1. 역사인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것은 좋은데....정작 학생들이 어떻게 애햐아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는 사실. 즉 해답은 개인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라는 방법론이 빠졌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난 강의 내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새로운 시각은 이런 것이라고만 설명했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했다. 결국 학생들은 그 새로운 시각 조차도 강요당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음....이건 한 학기 내내 고민해도 잘 풀리지 않는 숙제이며....과제를 많이 내는 수밖에???

2. 강의 내용이 대부분 확실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것들이며 그로 인하여 총체적으로 회의적이란 느낌이 든다는 사실. 내가 강의 중간중간에 하는 질문은 상당수 정답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활발한 토론 이외에는 없다. 그런데 이 또한 핑계이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토론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첫 시간에 확실하게 겁을 주어 인원을 확 줄이던가. 아니면 무차별 질문을 하던가.

3. 새로운 시각이 너무 비판적이어서 학생들이 사회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 가능성이 있긴 하다. 내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도 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다만, 정치라는게 권력이라는게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정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판적이라는 것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하나의 수단이며 견제의 장치다. 그리고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인 나 조차도 약자이지 강자는 아니다. 그래서 난 한국사회에 대한 당연한 긍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비판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긍정만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4. 어려운 과제는 꾸준히. 상당수의 학생은 과제를 어려워했다. 실제 과제도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도 문제다.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모든 것이 불완전하고 알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 어렵다고 포기할 것인가. 힘든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며, 능력을 길려가는 과정을 것이다. 수준은 맞추어야 겠지만.

5. 시험은 너무 추상적이다. 중간고사도 그렇고 기말고사도 그렇고.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사고방식 자체가 원래 추상적이다. 또한 그렇게 내는 이유중 하나는 시험공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업은 편안하게 듣고, 시험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 되며, 수업을 잘 들었다면 오히려 추상적인 문제가 풀기 훨씬 쉽다. 출제자의 이러한 배려는 몇명이라 이해할까 싶다.

6. 한국사의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하여 토론하거나 상상력을 갖는 시간이 필요. 음....필요한데 잘 안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 부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인데 그렇게 할 시간이 현재 없다. 나도 바빠서. 어떠다 걸리면 대체로 과제를 내거나 시험문제를 낸다. 앞으로 수업은 분명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