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 서양의 역사기술 변화

건양대강의/2009.1학기 2009. 3. 24. 10:55 Posted by 아현(我峴)
4주차 - 서양의 역사기술 변화

서양 역사기술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의 헤르도토스와 투키디데스에서 시작합니다. 헤르도토스는 그의 저술인 <역사>를 통해서 그 당시에 있었던 사실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정확성 여부를 떠나서 보고 듣은 모든 것들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사실인지 아닌지를 묻지는 않았습니다. 허무맹랑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 신화도 그가 들은 것이기 때문에 적어두었던 것이죠. 이와달리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싸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했습니다. 그는 전쟁 기간 동안 전쟁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 했습니다. 그가 믿을 수 있다고 확인된 부분만 책에 기록함으로써 후대에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고자 했습니다. 위 두 역사가는 같은 역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방식은 현대에도 다시 논란이 될 만큼 달랐다고 할 수 있죠.

그 이후 중세를 거쳐서 두 고대 그리스 역사가의 역사기술방식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19세기 독일에서 였습니다. 랑케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며, 실증에 입각한 역사학을 주창하게 됩니다. 역사를 여타 학문과는 다른 독립된 역사학으로써 정립하기 위해서는 당시에 주된 흐름이었던 과학에 근거한 역사를 주장해야 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고문헌에 의한 철저한 고증이었고 그것은 역사학이 실증주의로 나아가게 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실증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는 대개 사료가 많이 남아 있는 지배자들 중심의 역사, 정치 중심의 역사였기에 그의 저술은 대개 이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수십년간 실증주의에 입각한 역사가 진행되어 오다가 20세기 초반이 되면 프랑스에서 새로운 역사 방법론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날학파로 그들은 정치 위주의 역사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사로의 이동을 주장하게 됩니다. 모든 역사는 정치나 지배자들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어떠한 법칙성을 주된 흐름으로 하게 됩니다. 그것은 구조로 나타나게 됩니다. 구조주의는 역사학 외부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에서 시작된 구조주의는 역사학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경제사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게 됩니다.

구조주의에 입각한 역사학은 페르낭 브로델에 이르어 전성기를 맞이 합니다. 그의 역사학은 "전체사"라고 불리며 그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통하여 15~18세기에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서 일어난 사회경제의 흐름을 3 가지의 구조로 설명합니다. 최하부에는 자연환경이 자리잡고 있어서 인간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생활양식을 지배하는 틀을 제공하게 됩니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인간집단과 쌀이나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인간집단은 그 생활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중간단계에서는 사회경제적 흐름이 자리잡게 됩니다. 말을 재배하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재배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생활이 변하게 됩니다. 이모작을 할 것인가. 삼모작을 할 것인가. 삼포제를 할 것인가. 이포제를 할 것인가에 따라서 얼마나 많은 밀이 남게되고 잉여를 생산하게 되는지 판가름나게 되죠. 최상부에는 빠르게 변하는 정치사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시장경제로 이야기 하면 자본주의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잉여생산에 따른 약탈경제의 활성화라던가. 국가간의, 지역간의 분쟁은 바로 그와 같은 현상들이 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전체사 안에서도 문제를 남게 됩니다. 바로 인간과 인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조만 바라보면 구조안에 갇혀있는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게 됩니다.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됩니다. 그러나 역사상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죠. 이러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경향이 역사학에서 불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쯤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이후 역사학은 다양화를 거쳐서 포스트 모던에 이르게 됩니다. 인간을 다시 역사학의 주체로 내세우는 일이 바로 최근에 불어 닥치고 있는 포스트모던 이론에서 역사학이 살아남을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건양대 교양강의 "한국의 전통문화" 4주차 강의 내용입니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