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 어떻게 역사를 기술할 것인가. 

전 시간에는 역사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공부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역사를 기술할 것인지에 대해서 강의해 보고자 합니다. 근대의 역사는 객관적 역사서술을 지향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역사적 물음은 역사란 무엇이며, 그 역사는 과학인가 문학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E H 카가 말한 “역사는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라는 정의는 이러한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역사는 역사가가 만들어가지만, 역사가는 또한 역사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포스토모더니즘 시대에 오면서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궁구해온 역사가 과학인지, 문학인지에 대한 물음을 넘어서서 역사를 어떻게 기술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역사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어떻게 역사를 기술해야 역사학이 학문으로써 독립된 분야로 자리매김 될 것인지에 대한 존재의 이유로 전환하게 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의 역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과연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사료(史料)가 있을 때 근대적 역사에서는 그 사료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한 이후에 사료의 의미를 전개해 나아가지만, 포스트모던 역사에서는 신빙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으며 그 의미 또한 어떻게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또한 사료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루어지는데, 그 작성자의 의도에 강한 회의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역사적 근거 자체를 모두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역사를 쓰는 방식 및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론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니체가 말한 역사의 종류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니체가 말한 역사의 종류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념비적 역사, 다른 하나는 골동품적 역사, 마지막으로는 비판적 역사입니다. 기념비적 역사는 과거를 소급하여 위대했던 과거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역사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통해서 지금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부분들을 과정하거나 혹은 확대하여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백제시대 왕인이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최신의 학문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신의 지역에 위대한 대학자가 나타나 일본에 문화를 전해주었다고 하면서 그 지역의 역사적이고 위대한 일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러한 일들을 기념비적인 역사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동품적 역사는 오래된 것, 혹은 근원적인 것에 대한 인간 본유의 낭만적 감정을 역사의 의미로 전환시키는 태도를 일컫습니다. 이는 현재 사람들이 과거 안에 안주함으로써 보존할 수 있는 가치들을 숭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 청자를 현재인들은 보고 고려시대에 대한 문화상을 그리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청자를 만들어낸 그들의 문화를 숭상하게 되고, 그 사회 전체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감상하게 되는 것이죠. 이와 같은 것들은 어느 하나의 사실을 가지고 확대해석하거나 과장하는 형태를 가집니다. 단 기념비적 역사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하다면 기념비적 역사는 작은 단편적인 사실을 가지고 없는 사실을 역으로 추적하여 만들거나 날조한다는 것이지만, 골동품적 역사는 현재 있는 사실을 가지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비판적 역사가 있습니다. 이 역사는 과거에 대항하기 위해 쓰여진 기술방식으로 역사를 심판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훈적 역사가 그러한 측면을 반영합니다. 옛 사실을 가지고 그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그른 일인가, 명분에 합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별하여 지금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들을 찾아냅니다. 역사가는 재판관이고 피고는 과거가 되며 재판관이 피고인에게 심문을 하는 과정이 바로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 해당하며 판결문은 곧 역사가 됩니다. 그 역사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가지고 판례로 삼아 후세에 전해주는 의미를 띄게 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사를 니체가 이야기한 3가지 방식을 넘어서는 구조를 가집니다. 니체의 역사구분은 다분히 근대적인 역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어난 과거”와 “쓰여진 역사”의 간격을 어떻게 좁힐 수 있는 가가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의 목표일지도 모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에서는 “과거는 다른나라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다른나라라는 의미는 내가 지금 있는 지역과는 낯설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는 지금 우리가 보기에 익숙하지 않고 그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지금의 문화와 과거의 문화가 다르다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역사에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됩니다.

* 조선시대 부자에 대한 생각들
* 조선시대 장시의 본질
* 대전의 형성과 역사화 과정

- 본 글은 건양대 교양수업인 "한국의전통문화" 3주차 강의내용입니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