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잡기(雜記) 2011. 5. 4. 11:07 Posted by 아현(我峴)

어제 잠시 고향집에 들렀다. 아직 식당의 문이 잠기지 않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부모님과 나누는데. 여전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내 하는 일을 못마땅해 하신다. 그 날도 나보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시라 그런다. 그게 교수되는 것보다 낫단다. 5급 시험을 한번 보란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 그러고 말았다. 어차피 난 내가 하고 싶은거 할 테니까.

어머니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공무원 합격해도 네 성질상 공무원 생활 제대로 하겠냐고. 어머니께서는 내 성격을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내가 뭘 하든 내 하고 싶은 대로 믿어주시고 지원하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절대 공부 안했을 거다. 이번 학기만 끝나면 이제 수업도 마치고 서울에 자주 올라갈 일도 없고 강의도 더 많이 하게 될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 알바가 늘어나면 뭐하니. 방학때 수입이 없는데. 어머니께서는 내 강의를 알바로 생각하셨다. 강의한다고 기뻐했던게 얼마전의 일 같은데. 알바라....난 알바하고 있다. 강의를 알바로. 연봉 7백만원도 안되는 알바.

차라리 공부에 흥미가 없었으면 그래도 다른 걸 하지 않았겠냐, 아버지께서도 공무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럼 뭐 했겠냐고 반문하셨다. 그래. 뭐했을까. 내 머리 속에 지금도 남아 있는 꿈은 뭘까. 하나 있다. 그거 밖에는 생각 안해봤다. 철도기관사. 난 정말 그게 하고 싶었다. 공부에 흥미 없었으면 아마 그거 하고 있지 않았을까. 난 기차가 너무 좋다. 어딜 가려해도 버스와 기차가 있으면 기차를 타지 버스를 타지 않는다. 안타깝게 공부에 기차역이 없어서 못타는 거지 웬만하면 기차를 탄다. 한 밤중에 깊은 산 속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화물 열차를 몰고 가보는게 꿈이다. 아니면 한적한 시골역에서 근무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뭐 이젠 말그대로 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고등학교때 알았다. 당시 한국철도대학의 수능 합격점이 내가 들어갔던 대학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 ㅠㅠ

그래도 내가 하는 지금 이 길이 정말 그 길이 아니라고 확신이 든다면, 난 미련 없이 관두고 철도기관사가 되고 싶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