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情死), 사라진 동반자살

사편(史片)/근현대사 2010. 12. 30. 22:50 Posted by 아현(我峴)

정사(情死), 사라진 동반자살(천정환, <내일을 여는 역사> 41, 2010)

1. 근대 초기의 정사
 
1) 수입된 죽음의 형식
 
* 정사자는 사실 그렇지 많지 않았다. 총독부의 통계에 따르면 1920년대 정사는 전체 자살 사건의 0.19%에 불과. 단, 사건은 크게 보도.
 
* 정사는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수입된 것. 그러나 한반도에서 정사란 낯선 사건.
 
* (정사는 사랑의 평등이 갖추어져야만 존재할 수 있는 사건)
 
* 1920년대가 되어야 조선에서도 정사는 비교적 흔한 사건이 됨, 연애의 시대.

 
2) 여성의 고난
 
* 1923년 1월 평북 정주군 마산면에 살던 상당한 재산가의 아들 임정측과 유흥업에 종사하던 김도양의 정사 미수 사건
 
* 본처가 있는 남자와 미혼 여성이 함께 자살한 정사가 상당히 많음
 
* 결혼과 가족관계의 전통과 근대가 충돌하는 정황들이 개재해있음
 
* 신여성 중에서도 기생, 카페여급이 봉건제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연애하거나 매춘함으로써 새로운 성-경제, 혹은 풍속의 핵심적 주체이자 대상이 됨
  * 욕망과 도덕 사이의 골을 메우거나 도덕을 초과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나 정열 같은 가치

 
3) 남성의 고뇌
 
* 여성이 괴로워하니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도 진정으로 괴로워함

 
4) 풋사랑과 죽음
 
* 과도한 사랑의 열정에 빠진, 그러나 주변의 치명적인 반대나 장애에 봉착한 10~20대의 죽음은 정사의 전형적인 또 다른 유형

 
5) 자살 충동의 전염 - 죽음의 미학화
 
* 1923년을 정사의 해로 만든 것은 당대 유명인사들의 정사사건 때문

 
6) 소결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아
 
* 첫째, 원래 사랑은 근원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
 
* 정사자들은 “같이 죽음”에 근접한 상황을 접근하려는 것
 
* 정사란 대단한 모험
 
* 이루어질 수 없는 완전한 사랑은 대부분 타자의 방해 때문에 성립되는 명제

2. 개발연대(1960~70년대)의 정사와 치정
 
* 정사사건이 잦았던 1963년
  * 1920년대의 사람들은 처음으로 연애를 발견
 
* 연애를 통해 자기 정체성과 감성 그리고 육체를 다시 구성, 그 과정에서 정사라는 새로운 죽음의 형식이 등장

 1) 사랑의 마음의 변화
 
* 여성의 삶에서 결혼이 가진 중요성은 극적으로 상대화

 
2) 60년대적 가족, 연애, 결혼
 
*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레짐의 군사주의와 마초 문화는 여성을 가정 속으로 길들이는 매개이기도 했던 것, 급격한 경제발전은 가계 경제구조를 바꾸고 가정 중심성을 재구조화

 
3) 치정의 낯선 주체들
 
* 1965년 현직 검사와 다방 마담의 정사사건
 
* 1966년 부인과 5남매를 둔 집권공화당의 경남 지부 사무장과 애인의 자살 사건
 
* 1971년 11월, 50대 초반의 초등학교 교감이 딸뻘인 같은 학교 20대 여교사와 함께 학교에서 극약먹고 자살한 사건
 
* 1971년 사랑에 빠진 교사와 여고생이 함께 설악산에서 정사한 사건

 
4) 정사라는 비유어
 
* 흥미롭게도 정사는 유신을 전후한 때부터 사라지기 시작

3. 정사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 정사는 적어도 사랑이라는 감정과 성의 교환구조 안에서 남녀 간의 평등이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 페니스파시즘과 병영문화는 여성 전반을 도구화하고 성의 상품화를 조장. 이러한 상황에서 사랑 안에서의 평등에도 영향을 받음

 
1)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 사랑은 어쩌면 프로젝트이기는커녕 소비행동의 하나일지 모른다
 
* 마음의 가난이야말로 심각한데, 그것은 불완전한 노동과 불투명한 미래와 직접 연관
 
* 88만원세대의 연애불능
 
* 영악한 20대 중산층 여성에게 순결과 매력은 결혼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스펙의 일종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