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의 국가개혁론

사편(史片)/조선시대 2010. 12. 18. 16:29 Posted by 아현(我峴)

실학의 국가개혁론(김태영, 서울대 출판부, 1997)

서론
  * 3가지 연구논점
   ① 성리학의 왕정론과 실학의 그것은 본질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
   ② 실학의 현실개혁론의 특질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
   ③ 중세사회 해체기를 대표하는 실학의 왕정론이 이른바 근대라는 것과는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

1. 율곡과 반계의 왕정론
  * 오늘날 학계가 양자의 개혁론을 보는 시각의 차이
   ① 율곡을 전통 주자성리학에 입각하 사회개혁론으로, 반계를 실학적 개혁론으로 해석하는 경우
   ② 율곡과 반계 모두 실학적 개혁론으로 해석하는 경우

 1) 율곡의 왕정론의 기준
  * 율곡은 왕도라든가 삼강오륜의 원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지만 법제는 시의에 따라 변통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인식
  * 율곡의 현실인식은 조종의 법제가 비록 삼대의 경우와 동질의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원적으로 잘못 제정된 법제는 아니라고 하는 전제에 입각, 법제보다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항상 문제라는 것이 율곡의 기본 견해
  * 율곡은 조종의 법제를 근원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없다는 견지에 서 있었다. 일단 국가통치체제를 긍정적으로 전제하고서 출발하는 입장, 거기서 생겨난 폐법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개혁론의 기본 입장
  * 古經에 나오는 경계의 의미는 국가적 分田을 본질로 하는 것이나, 주자의 개혁론에 와서는 그 본질의 의미가 사상되고 토지의 사유를 전제로 한 檢田의 의미로 변용되기에 이름, 이상론과 현실론의 괴리
  * 토지와 노비의 사유와 같은 소유관계의 근원적 문제는 율곡의 현실적 경장론에서는 한마디 거론된 적이 없었다.
  * 율곡과 주자의 왕정론이 모두 군주의 一心을 가장 주요한 大本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일치, 조종의 법제를 전제하고서도 治世를 기약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에서도 공통성
  * 주자의 왕정론의 구도는, 왕정을 실현하는 방법과 절차를 가장 詳明하게 밝혀둔 경전이 <대학>이요, 그 가운데서도 가장 大本이 되는 것이 곧 군주의 一心을 바로잡는 일인 것
  * 율곡은 성현이 이룩해 놓은 規, 矩와 같은 준칙 가운데 가장 절실하고도 바른 길이 주자학, 즉 도학이라고 믿고 있었다. 주자학이야 말로 태양이 중천에 떠있음과 같은 구원의 빛이요, 유일한 표준인 것으로 확신

 2) 율곡 왕정론의 심성론적 배경
  * 일생 일대의 가장 큰 과업은 자기 내부에서 찾아낸 것이 아닌, 성인이 이미 세워 놓은 준칙을 따라 각자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氣를 단속하여 氣의 본연 상태를 회복하는 일인 것이라고 그는 확고히 단언

 3) 반계의 심성론의 특징
  * 반계에 의하면 理와 氣는 서로 渾融 無間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천지만물과 인사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을 差錯 없이 운행하도록 하는 所以를 이루고 있는 것이 곧 理이다.
  * 현실의 모든 변화에 대해서 理가 항상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준칙이 되어 있다는 뜻, 理의 적극적 주재성을 긍정하는 이론
  * 반계도 물론 성인의 준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治心에는 자신의 理, 道心의 자각이 그만큼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도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의할 것
  * 理가 氣를 주재하여 현상계로 현현하고 道心이 人心을 주재하여 인간의 사회질서를 실현하는 현실이야말로 반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론의 기본구도요, 인식의 근거점이자 종착점으로 되어 있음
  * 율곡은 인간은 악의 씨앗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존재인 것이라 했고, 반계는 인간의 악은 인간 본질과는 상반된 것이요, 후천적으로 물욕의 誘蔽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함
  * 반계는 事, 理가 일체로 현현하는 이상세계를 찾아 나서게 되었으며, 삼대에 실현되었던 왕정에서 그것을 다시금 독자적으로 확인

 4) 반계의 왕정론의 기준
  * 반계는 율곡의 개혁론을 크게 수용..그러면서도 반계는 율곡의 개혁론이 오히려 말단적이며 지엽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이해
  * 반계는 율곡의 현실 경장론과 왕정을 실현하는 준칙으로서의 주자학에 대하여 그것이 온전한 왕정론도 혹은 객관적 준칙도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완곡히 거부
  * 율곡과 반계의 왕정론은 모두 삼대의 왕정을 그 이상으로 함, 그러나 양자의 왕정론이 결국에는 그러한 격단의 차이를 가진 것으로 구현되기에 이른 까닭은
    - 율곡은 삼대의 왕정을 이상으로 삼되, 주자학 왕정론을 유일한 기준으로 추구
    - 반계는 주자학 왕정론이란 것이 과연 왕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긍정하지 않음, 주자학적 왕정론이 아니라 삼대의 왕정 그것의 원리를 준거로 삼아 출발
  * 주자성리학의 왕정론 여하에 불구하고 삼대 이후로는 난세의 연속에 다름 없다는 반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은 드더어 경전에 대한 새로운 독자적 해석을 낳게 하였던 것으로 이해

2. 조선 성리학과 실학의 분기
 1) 율곡과 반계의 분기
  * 율곡의 현실 개혁론은 品官, 士豪를 저변으로 하는 勢家층의 토지소유관계, 노비의 사역관계를 기초로 하여 정립된 기성의 통치체제를 그대로 전제한 위에서 출발
  * 반계의 경우에는 근본적 개혁론을 제시, 그는 수천년 동안 사적 소유 위주로 운용되어 온 토지의 소유관계와 그 생산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공전제만이 왕정을 실현할 유일한 기초가 되는 것임을 전제
  * 전통 유학과 대비하여 신유학이라고 흔히 일컫는 주자학 및 조선 성리학의 경우를 제2의 시각이라 한다면, 반계의 경우는 그것과는 다른 제3의 시각을 정립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성리학의 내재적 발전을 바탕으로 하면서 거기서 분기한 것
  * 실학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현실태를 국가체제를 근원적으로 개혁함으로써 왕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학풍인 것이라고 이해
  * 왕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령 군주의 治心이라든가 통치기구의 새로운 배치 등 상부구조의 조정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보다도 그들 기구를 떠받치고 있는 기본에 관한 절목의 구체적 정립이야말로 필수적이라는 것이 반계의 소신
  * 반계의 왕정론은 주자학 및 조선 성리학의 경우와는 그 기준과 기본을 달리

 2) 성리학적 사유와 실학적 사유의 분기
  ① 집권당의 통치이념과 제도개선론
  ② 실학적 사유의 대두
    * 율곡과 서인-노론당에서는 왕권 위주의 통치론보다도 재상 위임 통치론을 견지, 그것은 주자의 통치론을 따른 것
    * 久庵에서 미수와 백호에 이르기까지....주체적 시각의 학설을 주창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가 아직도 성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기준에 입각한 독자적인 왕정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그들의 학풍을 묶어서 이른바 실학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