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렇게 지칭해도 모를까 싶다.
예전에는 '지식 소매상'이라고 불렀다.
나도 시간강사를 대개 이렇게 불렀고, 나 스스로를 지칭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매상도 아닌 그냥 강의하는 노예라고 불러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박노자는 대학원 전체를 가리켜 상아탑 노예라고 했지만
시간강사만 놓고 본다면 강의 노예 아닐까.
강의를 노예처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강의하는 노예다.
대학에 다니며 강의를 듣는 학생은 지성인인데
지성인을 가르치는 선생은 소매상이며 노예인 셈이다.
시간강사 사이에서는 최근 올려진 개혁안이 논란이다.
우선 시간강사라는 말이 없어진단다. 그러나 건양대에서는 이미 시간강사라는 말은 없다. '외래교수다'
한 학기 계약에서 1년 계약으로 늘어난단다. 1학기나 2학기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강사료는 4만원에서 점차적으로 8만원까지 늘어난다지만, 사립대가 과연 그럴 의지가 있을지 알 수 없고, 시간단위로 강의가 배정되는 한 수입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임에는 다음이 없다.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시간강사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있다.
난 아직 그런 경험을 당해 본 적이 없어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참 그렇게 공부하고 강의하고 싶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하지도 못하고.
교양의 절반 이상을 시간강사들이 담당하지만, 현재와 같아서는
교양다운 교양수업을 기대한다는 것이 오히려 무리일지 모르겠다.
나도 항상 교양다운 수업을 해야하고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강사의 의지와 더불어 학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것 또한 절대적인 조건이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하고 싶은 강의를 하면서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올까.
늘 꿈을 꾼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