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차 강의(한국의 전통문화)

건양대강의/2010.2학기 2010. 10. 13. 20:02 Posted by 아현(我峴)

7주차 강의 - 한국의 전통문화

* 지식채널e
- 562 : 보톡스
- 563 : 네 번째 묘
- 577 : Elgin Excuse

* 전통문화의 여러갈래

우리는 전통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전통이라고 지칭할 것 없이 대한민국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 정도는 어느 수준일까. 우리는 우리 문화를 잘 알고 있을까. 우리 문화의 연원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어떠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을까. 대체 우리가 지니고 있는 전통이란 무엇일까.

전통은 쉽게 말하면 전해져 내려온 문화와 습속을 지칭한다. 습속이란 풍습과 민속을 만한다. 우리 주위에 있는 생활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인데 그 풍습과 민속에 역사성이 부여되면 바로 전통이 된다. 그러나 전통에는 전혀 다른 의미의 세 가지 특성이 존재한다. 전통의 종류를 역사적으로 분류하면 3가지가 된다는 말이다. 하나는 실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다른 하나는 외레 문화가 유입되어 내재화된 전통, 마지막으로는 끊어진 문화와 습속을 다시 이어 전하려는 전통이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전통은 대개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첫째, 실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순수한 전통 내지 고유한 전통이라고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固有)라는 말은 스스로 내재하여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오래된 역사성 아래에서 만들어진 전통을 지칭하기도 한다.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이 되겠다. 그러한 것들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전통은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거의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는 전통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한반도 밖에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의 찬란함을 드러내는 석굴암이나, 한국 건축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불국사를 보더라고 중국에서 들어온 불교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전통문화이다. 즉 고유한 것이 실제 있었는가를 묻는 것은 전통문화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전통에 대한 왜곡을 나을 우려가 있고 역사적 사실을 오도할 염려를 갖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유한 한국의 전통이 존재하느가라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중요한 것은 고유한가 고유하지 않은가가 아니라 한국적인가, 한국적이지 않은가에 있다. 이때 한국적이라는 말은 고유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둘째, 외래 문화가 유입되어 내재화된 전통이다. 외래문화란 고유한 문화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어 자기화된 문화를 말한다. 그래서 외국문화와 외래문화는 서로 의미가 다르다. 결국 외래문화는 외국문화와 고유문화 중간에 자리를 잡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자기문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문화라 하면 고유한 문화와 외래문화를 합하여 지칭하는 것이고, 자기문화는 곧 앞서 말한 한국적인 문화를 가리키는 것이 된다. 한국문화가 된 외래문화를 가리킨다면 무수하게 많다. 신석기시대를 걸쳐 청동기시대에 이르면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의 식생활에 쌀문화가 들어온다. 본래 쌀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던 작물이었는데, 문화 이동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왔으므로 외래문화에 해당한다. 그러나 청동기시대에 부터 정착한 쌀문화는 이제 한국인의 주식이 되었으므로 당연히 한국문화가 된 것이다. 삼국시대에는 무수히 많은 중국문화가 한반도에 유입되었다. 불교와 유교 등의 종교를 비롯하여 붓과 여러 도구들, 먹을거리, 입을거리 들어왔다. 글자로는 한자가 유입되었다. 그렇다고 삼국시대 한반도의 문화를 가리켜 중국문화라 지칭하지 않는다. 중국문화가 유입되어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한반도 사람들 나름대로 읽고 소화해내고 있었다. 중국의 사찰과 한국의 사찰은 겉에서 보아도 다르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사찰이라는 공통이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형식일 뿐 사찰을 채우는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같은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색체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외래문화에 대한 변화는 조선시대에 급격하게 변했다. 다시 중국문화가 유입됨에 따라 현재 우리가 보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장자상속제와 친영제를 들 수 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전기까지는 균분상속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재산을 섞지 않고 각기 소유하고 있다가 자신의 자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주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재산을, 어머니는 어머니의 재산을 각기 자식에게 동등하게 주었다. 그러나 조선후기 중국식 성리학적 사회가 강화되면서 상속제가 변화하였다. 딸보다는 아들이 중시되었고, 아들 중에서도 첫째 아들이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딸들은 조금 재산을 상속받았고, 그 다음은 첫째를 제외한 나머지 아들들, 그리고 장자는 가장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리고 장자는 자신의 재산 상속분 외에 덤으로 더 재산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제사 명목의 재산이었다. 조선전기까지 균분상속을 할때에는 모두 동등하게 재산을 받았기 때문에 제사에 대한 의무도 동등하게 받았다. 장녀, 장자, 차자, 차녀가 있을 경우 첫해에는 장녀집에서, 다음해에는 장자, 그 다음은 차자, 그 다음은 차녀집에서 각기 제사를 지냈다. 재산을 똑같이 상속받은 만큼, 제사에 대한 의무도 동등하게 주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후기가 되면 딸은 출가외인이 되어 더 이상 친가에 대한 의무를 상실하였고, 제사는 모두 아들의 몫이 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장자는 제사를 매년 치루어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 그래서 장자에게 상속재산이 몰렸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설이나 추석에 큰집(장자집)에 가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 현재 생활문화가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현대의 한국문화는 대개 일제시대에 형성된 것이 많다. 조선시대에는 대부분 흙과 볏짚으로 만든 초가에서 살았고, 짚신을 신었으며 한복을 입었지만, 지금 우리는 벽돌집이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가죽이나 고무로 만든 신발을 신고,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는다. 그러므로 의식주 주에서 먹을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제시대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를 생활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먹을거리도 쌀 위주의 식단에서 점차 밀 위주의 식단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채소위주의 식사에서 고기위주의 식사로 이동중에 있다. 먹을거리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서양문화로 물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한국적 문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아닌가?

셋째, 끊어진 문화와 습속을 다시 이어 전하려는 전통이 있다. 속칭 만들어진 전통이다. 왜 만들어졌다고 하는 걸까. 문제는 중간에 끊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이 전통은 언제부터 끊어지고 언제부터 다시 이어가려고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끊어진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복원해 내고 그것은 이어가려는 주체의 의지가 어떠하냐에 달려있다. 물론 그것이 자발적인지, 타의적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도 중요하다. 즉 복원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원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 전통은 어떻게 하면 좋은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아갈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최근 논산에서 계백장군에 대한 추숭사업이 진행중이다. 대백제전에 맞추어 논산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황산벌전투는 논산천에서 재현하고자 했다. 아마 처음이 아닐까 한다. 백제가 멸망하고. 무려 1350년만에. 왜 재현하고자 했을까. 왜 하필이면 계백장군이었을까. 논산이 계백장군과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계백장군이 논산 어딘가에서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게 유일하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계백장군 동상을 세우고자 하는데 뭔가 어색하다.


두 사진이 비슷한걸 어찌할까. 다른점이라면 계백을 칼을 들었고, 나폴레옹은 안들었을 뿐이다. 계백장군은 단지 나폴레옹의 정신을 따랐을 뿐, 계백장군의 동상을 통해서 계백장군의 정신을 느끼기에는 무언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전통문화를 이어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나폴레옹을 벤치마킹한 계백장군의 이미지 만들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게 만들어진 전통의 예이다. 앞서 대한민국 어새를 만들던 장인과 같이, 어새는 만들 수 있지만, 전통기법에 따른 어새를 만들지 못한다고 고백했듯이, 계백장군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단지 장군이라는 이미지만 따와 계백장군이라 지칭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한도전 10월 9일 방송된 도전달력모델에서도 그런게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인 "어느 한 여름밤의 꿈"에서 라이샌더 역을 맡은 유재석은 자신의 모습이 라이샌더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것을 평했던 조민기는 그 사진을 보면 라이샌더가 아니라 햄릿이 연상된다고 했듯이, 계백장군을 보면 나폴레옹이 생각나는 걸 어찌 부정할까. 그게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만들어진 전통이다. 그리고 이처럼 만들어진 전통은 우리 주위에 너무 많고 다 설명하기에도 벅차다.

전통문화에는 이 뿐만 아니라 계급성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중간고사 시험문제다. 중간고사 이후 설명한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