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강의(한국의 전통문화)

건양대강의/2010.2학기 2010. 9. 29. 18:20 Posted by 아현(我峴)

5주차 강의 - 한국의 전통문화

전통이란 뭘까요? 여러 사전에서 그 정의를 찾을 수 있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이번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문자대로의 뜻으로는 역사적으로 전승된 물질문화, 사고와 행위양식,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인상, 갖가지 상징군(象徵群)". 이 말은 크게 3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문화 현상으로서의 전통, 둘째는 전통에 대한 느낌, 마지막은 문화재. 이 모두를 총칭하여 전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럼 그 전통이란 무엇이냐고 했을때, 이 정의를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말그대로 전통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는 것들을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설명"하고 있을 따름이죠.

두번째로 요즘 많이 대두되고 있는 위키백과에 있는 전통의 정의를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습속(習俗)이 전대(前代)로부터 후대(後代)로 전해지는 것으로서, 동시에 시간적, 공간적 구조" 정의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흡한 면은 있습니다. 왜하면 이중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정의를 보면 전통이란 습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습속은 뭘까요. 습(習)은 관습의 습이고, 속(俗)은 풍속의 속입니다. 즉 당대의 관습과 풍속을 지칭하는 말이 됩니다. 다시 정의를 풀어가면 옛날의 관습과 풍속이 현재에 전해지는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시간성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네이버 정의하고는 좀 다르죠. 그리고 거기에 다시 공간적 구조가 들어갑니다. 그것은 일정한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반도라고 하여 모두 같은 것이 아니죠. 전라도가 다르고 경상도가 다르며, 서울이 다른 것처럼. 전통에는 시간성과 공간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번째는 위 2가지보다는 좀 딱딱한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의 정의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이라고 했습니다. 좀 구체적이고 적확한 정의한데, 위 2가지 정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계통"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계통이란 어떠한 연결고리를 통하여 옛날과 지금은 이어지고 그것이 어떠한 방식의 갈래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우리가 먹는 김치를 예로 든다면 조선시대에 먹던 김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본래 김치는 딤채, 찌 등으로 쓰인 말로 소금에 절인 야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오이장아찌도 전통적 의미에서는 김치에 포함이 되죠. 그러나 우린 그것 김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통적으로 갈려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통에서는 계통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한자사전에는 "계통을 받아 전함, 또는 이어 받은 계통, 관습 가운데 역사적 배경을 가지며 특히 높은 규범적 의의를 지니고 전하여 내려오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국어사전과 거의 일맥상통이죠. 한자사전에는 좀 노골적으로 계통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국어사전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높은 규범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옛날의 전통 중에서 선별적으로 어떤것은 사리지고 어떤것은 현재까지 남아 있게 되는데, 그 이유는 높은 규범적 의의를 가지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차이에 있다고 암시하는 것입니다. 의의가 낮으면 굳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전통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는 전통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통은 여러 세대를 걸쳐 지속된다는 단순한 사실로부터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에 얽어매는 끈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되는 끊임없는 해석 작업으로부터 도출된다". 우리는 그 동안 전통에 대해서 단순하게 전자의 의미, 즉 전통적 관습은 현대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선시대 있었던 축제나 의례를 "복원"하려는 작업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인데 중요한 것은 현재는 왜 과거의 관습을 따르려고 할까.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주는 것을 무엇일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굳이 현재에 이르러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를 왜 하려고 할까. 대체 현재를 과거에 "얽매이게 하는 그 끈"은 무엇일까. 기든스의 정의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기든스의 정의에 조금더 집착하다보면 전통은 "발명"되었다는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전통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전해져온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식주를 놓고 봅시다. 옷은 거의 서구식으로 바뀌었지만, 어떤 특정한 행사(결혼식같은)에서는 한복을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의 경우에는 더이상 초가와 기와집에서 살지 않지만 한국식 난방시스템인 온돌은 보일러 형태로 바뀌어 지금까지 한국의 주거문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음식문화는 거의 바뀌지 않았죠. 조선시대 방식 그대로 우리는 먹고 살아갑니다. 이치럼 과거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도 많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일명 "지배적인 관습"이나 "의례화된 전통"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러한 전통에는 무의식적 권력이 침투해 있습니다. 국가의 의례행사에는 발명품이 꽤 많습니다. 국민의례가 그러하고, 개천절 같은 경우도 그와 같은 발명품입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행해오던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실제로는 근대 이후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전통은 결국 반복적인 의식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일명 "만들어진 전통"이란 불특정하고 모호한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진정한 전통과 만들어진 전통을 구별해내야 할 능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낡은 관행도 그 안에 포함이 됩니다. 아침에 행해지는 조회나 불필요한 시무식, 관청 장관의 의례적인 행사등은 대부분 불필요하면서 낡은 관행들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사회적 관행이라는 것입니다. 각 사회의 하층에 있는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여겨지지만 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 관행을 통하여 상당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없애려하지 않죠. 그러므로 그러한 만들어진 전통과 낡은 전통은 없애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수업시간에 학과 개강모임을 예로 들었는데, 좀 설명을 망설였습니다. 좋은 예라고 생각했는데..음..아니었던 듯. 반응(반발?)이 생각보다 강했었죠. 예를 잘못들었어요. 죄송 (_._);;

신고식이라는 형태의 관행을 예로 들어봅시다. 대개 신고식은 만들어지고 낡은 관행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꽤 전통이 오래되었습니다. 우선 신고식이 어떤건지 봅시다. 다음의 고문서를 보죠.


위 고문서는 건륭 23년(즉 1758년, 영조34년) 11월에 발급된 문서입니다. 문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습니다.

건륭23년 11월에 영방에서 발급함
본 입안(발급문서)는 신고식을 면하는 일에 대한 것이다.
풀벌레같은 정국량의 신고식을 한차례 전례대로 행하였으므로 이 문서를 발급해 준다.
본방(sign)

정국량이 어느 관청에 새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그 관청에서 정국량에 대한 신고식을 치루고 이제 신고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서를 발급해 준 것입니다. 신고식이 한번만 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마도 선배들을 돌아다니면서 한 사람씩 신고식을 면하는 문서를 받아야 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국량을 풀벌레 같다고 했는데, 요즘 말로하면 "사내기"라는 말에 해당합니다. 소위 애칭(愛稱)인데 당시에는 풀벌레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 1도는 선배에게 주는 소위 뇌물입니다. 현재의 신고식은 거의 벌의 개념인데 그 당시에는 창피를 주거나 대접을 받는 형태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신고식이 반드시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세한 조선시대 신고식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 -> 조선시대 신고식

신고식은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신고식은 A라는 사회에서 B라는 사회로 진입할 때 B사회의 구성원이 A라는 사회에서 온 사람을 받아들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하나으 장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성인식이 그러한 경우인데 20세 이전에는 청소년으로 분류되지만 20세 이상이면 성인사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성인으로서의 자세를 확인하고 그 자질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현대사회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지만,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사회에서는 성인이라 하면 자연과 맞서서 살아가야 하는 생존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인식을 인생에서 가장 큰 전기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통과의례를 더욱더 중요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고식은 한국사회 내에서도 그 유래가 깊다고 할 수 있지만, 현대의 신고식은 이상하게 변질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가혹하고 군대사회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있죠.

앞서 전통이 발명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가장 유명한 "만들어진 전통"은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인 킬트(Kilt)입니다. 일명 체크무늬 치마. 유구한 전통의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잉글랜드 출신의 사업가가 스코틀랜드에 있는 광산에서 인부들이 일하기 편하도록 고안해낸 1707년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전통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이 부분만 뺀다면 현재의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은 킬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그 전통의상의 성격은 유구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죠.

전통은 실제로 대량 생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인 근대의 역사가 짧아 전통이라고 말하기에는 힘들지만, 유럽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으로는 "국민"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19세기에 통일됩니다. 그 전에는 대부분 도시국가였죠. 베네치아에 사는 사람들은 베네치아인, 로마에 사는 사람들은 로마인, 시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시칠리아인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인이라고 생각 안했죠. 그런데 나라가 통일되었습니다. 하나가 되었죠.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탈리아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잘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제는 이탈리아인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되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가 국가로서 존립하기 힘드니까 말이죠. 그래서 디젤리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이제 이탈리아인들을 만들 차례다"

전통은 만들어지고 기원을 거슬러 올려잡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개천절이 있죠. 올해 개천절 행사는 2010년+2333년=4343년으로 4343회가 됩니다. 그러면 실제 4343회나 했을까. 다 거짓말이죠. 실제 개천절 행사는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표됨에 따라 시행되었습니다. 즉 1949년 이전에는 없었던 날이자 행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하면 61회(?)라고 해야죠. 그러나 그렇게 안합니다. 왜냐하면 기우너을 거슬러 올려잡으려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행사는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정체성도 모호하기 그지 없습니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로 본래는 단군을 제사지내던 대종교의 종교행사였습니다. 크리스트교와 크리스마스와 불교의 석가탄실일과 같은 성격의 날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실일은 국가에서 주관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러나 왜 개천절만 국가행사로 치우어질까요. 정체성이 없는 의례를 지금까지 우리는 행하고 있으므로 만들어짐과 동시에 "모호한" 낡은 전통인 것이죠.

전통에 대한 이해로 언급할 마지막 예는 어새(御璽)가 있습니다. 용어를 풀면 임금의 도장입니다. 최근 어새를 만들던 장인이 자신은 어새를 만드는 전통기술이 없다고 자백하여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도장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자신은 "전통기술"이 없다고 했습니다. 옛 모양 그대로의 도장이면 되지 않을까. 이것은 전통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전통을 복원해 내는데에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통을 계승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외형적으로 똑같이 복원해 내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우리는 옛 문헌을 통하여 기술적으로는 그것들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추론해 낼 수 있으며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죠. 방법이 다르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도 잘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인 기법"이 아닌 현대 기술로 만든다면 그것은 "만들어진 전통"일 뿐만 아니라 전통이 아닌 현대의 기술을 단지 과거의 문화재에 적용했을 뿐이죠. 전통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현재를 과거와 얽매이게 해 줄 수 있는 끈, 즉 여기에서의 끈은 바로 어새를 만드는 전통적인 기법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법의 유무에 따라 우리는 전통의 보존과 복원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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