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잡기(雜記) 2010. 8. 10. 11:36 Posted by 아현(我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8월 3일 : 봉하마을 -> 김해한옥마을(숙박)
8월 4일 :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국립김해박물관 ->주왕산국립공원(+대전사) -> 백암한화콘도(숙박)
8월 5일 : 월송정 -> 망양정 -> 불영사 ->불영사계곡 -> 백암한화콘도(숙박)
8월 6일 : 병산서원 -> 부석사 -> 집

총 1127 Km를 운전하고 돌아다녔더니 꽤 힘들었습니다. 특히 백암온천에서 안동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돌아다녀보았어도 보지 못했을 만큼 길이 험해서 차를 타고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강원도보다도 길이 더 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청송과 영양은 아직도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하마을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길을 모르고 좁은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노 대통령이 투신하시던 그 바위였습니다. 평일인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합니다. 전두환 대통령 관련 기념관을 합천에서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만큼의 사람들이 보러 올지는 미지수이네요.

김해에서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에 갔습니다. 수로왕릉에 건물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왕릉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아마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일족이 자신들의 조상을 높이기 위하여 조성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밀양 박씨의 박혁거세처럼 말이죠. 김해박물관은 생각보다 유물이 많았습니다. 가야라는 국가도 이제 삼국시대 안에서 하나의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주왕산은 처음 가봤는데. 왜 국립공원인지 계곡을 걸어 들어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그기도 했는데 그렇게 시원한 계곡은 너무 오랜만인 듯 했습니다. 다만 계곡 입구에 있는 대전사라는 절에서 모든 국립공원 입장객을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데, 웃긴 건 아무도 대전사를 구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별볼일 없는 문화재 가지고 그 정도의 관람료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500원이던데, 제 생각으로는 500원이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동팔경을 몇군데 돌아다녔습니다. 예전에는 청간정, 경포대, 촉서루 등을 갔었는데 이번에는 월송정과 망양정을 갔습니다. 물론 옛 건물 그대로는 아니고 몇 차례의 포화를 겪고 새로지은 건물들입니다. 월송정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바로 바닷가 모래사장과 연결되어 있어서 상당한 운치를 자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월송에 드리운 정자 같았습니다. 망양정에 올라가면 높이가 좀 있어서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였습니다. 특히 바람도 시원하여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관동팔경이라 할만했죠.

불영사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 합니다. 일전에 백담사계곡에 갔었는데, 불영사는 그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상당한 계곡의 길이와 깊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유적지로 보존하고 있지 않은 구간에서 농로를 개설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서 계곡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을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약간의 옥의 티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병산서원과 부석사에 들렀습니다. 얼마전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병산서원도 옵션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사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풀세트죠. 병산서원은 10여차례 들른 듯 합니다. 안동에 가면 항상 찾아갔으니까요. 예전에는 초입부터 비포장이었고 안내판도 없어서 서원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는 관광객도 엄청나서 주차장이 비좁을 지경이었습니다. 또 모 방송국에서 세계문화유상 등재에 따른 취재를 하고 있어서 병산사원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 이제 편안하게 만대루에 앉아 쉴 수 있는 추엇은 옛 기억이 되고 말아 아쉬었습니다.

부석사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단체 학생 관광객은 무량수전 앞에서 지나치게 떠들어 그 안에서 수련하고 있던 비구니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유적지 관광에 대한 예의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 봅니다. 한 시간 전도 무량수전 앞에서 비를 피해 머물렀습니다. 보통 무량수전에 올라가면 20분 이상 있는 분들은 드물죠. 1시간 지나니 모두 내려가고 조용했습니다. 우리는 그제서야 천천히 감상을 하고 안양루에 있는 목판을 읽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는 김립(金笠)의 시가 있는데 우리가 익히 잘아는 김삿갓 김병연의 시입니다.

돌아오는 길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부석사에서 공주까지 3시간 반이 걸렸으니까요. 본래 저는 지나가는 길에 유적지가 있으면 바로 멈추고 들어가 보는 스타일인데, 다른 분들과 함께 가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기행문이 되어 버렸네요. 아무튼 전 올해 여름 휴가를 이렇게 보냈습니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