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의 기초

사편(史片)/조선시대 2010. 2. 26. 23:30 Posted by 아현(我峴)
전통 문화의 기초

한국의 전통문화는 어디에 기초하고 있을까. 무엇에 토대를 둘까. 한 번쯤은 고민해 보게 되는 문제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한국의 전통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를, 김치나 불고기, 한복이라고 답한다면 아주 낮은 수준의 대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낮은 수준의 대답이란 초등학생이라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초등학생이 아니라면 다른 의미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 배운 우리에게 초등학생이 생각하는 전통문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전혀 이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일 것입니다.

전통 내지 그 문화라는 것은 배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문화는 동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화는 하나의 문화가 아닌 문화들로 존재를 하기 때문인데,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안에서도 중국문화, 일본문화, 한국문화가 있으며, 한국문화 안에서도 서울지방 문화와 남도지방 문화, 북도지방 문화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화는 각기 다르게 존재하고 있으며, 스스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짐과 동시에 다르고자 하는 성질을 지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문화적 양상은 스스로 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한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기도 합니다. 김치와 불고기가 왜 한국 전통문화의 대표적인 유산이 되었을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식문화를 접했을 때 자신들의 그것과 가장 다른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바로 김치와 불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인들에게 김치는 아주 일상적인 음식이며, 고기음식 중에서는 가장 으뜸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불고기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그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여러 이질적인 문화 중에서도 그 문화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바로 전통문화가 된다고 보며, 음식 문화 중에서는 바로 김치와 불고기를 외국인들인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할 때 김치와 불고기, 한복과 한옥 혹은 한글 외에 다른 무엇이 있을까. 막상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늘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은 농촌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으며, 도시인들은 도시의 분위기를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보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 도시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면 그 관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지만, 설악산 인근에서 살던 사람이 금강산을 가면 그 산이 그 산처럼 보이게 마련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중국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던 중국의 이미지를 떠오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이 안보임, 기름진 음식, 복잡한 교통체제와 무서운 운전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점은 도통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북경은 드넓은 도시가 전부 평지입니다. 몇시간을 밖으로 나가 겨우 산이 보여도, 산에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은 민둥산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로 느낀 중국 문화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두 번째는 역시 기름진 음식입니다. 중국인들은 차를 많이 마시는데, 며칠동안 중국음식을 먹다보면 왜 차를 많이 마시게 되는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이는 이미 조선인들도 알고 있던 내용입니다. 다음은 세종실록에 나오는 기사입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중국에서는 차를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어찌하여 전매법에 따라 그 단속을 엄하게 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대궐 안에서도 차를 쓰지 않으니 좋아하는 것이 이처럼 서로 다르다”하니, 신하가 “중국 사람은 모두 기름진 고기를 먹기 때문에 차를 마셔서 기름기를 빼내려는 것입니다. 보통 손님을 접대할 때에도 반드시 차를 먼저 내고 나중에 술을 들여옵니다”고 아뢰었다. (세종실록 12년(143) 12월 8일)

그럼 한국 문화에 대한 기초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 우리가 아닌 외국인들의 기록에서 여렴풋이 엿볼 수 있다.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바로 커피, 아파트 그리고 산이다. 어느 프랑스인이 쓴 글을 보면 “내가 보기에 한국의 어디를 가든지 항상 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산봉우리, 커피 자판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파트이다”라고 쓰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 아닌가. 도로를 가다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봉우리, 작은 도시라도 없는 곳이 없는 아파트 풍경, 그리고 웬만한 큰 건물에는 다 있는 커피 자판기. 그것이 외국인들이 본 한국 이미지이다. 아마도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기본 이해는 이 세 가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참고문헌: 송기호, <송기호교수의 우리역사 읽기 01-이땅에 태어나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