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후기

건양대강의/2009.2학기 2009. 12. 1. 02:28 Posted by 아현(我峴)
오늘 강의를 마쳤습니다.
강의평가를 세 수업에서 모두 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예상했던 것도 있고, 제가 몰랐던 것도 있었습니다.

1. 졸리다....처음에도 말했지만, 목소리 톤이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듣는 학생 입장에서는 졸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말하고 한 강의이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인 듯 합니다. 앞으로 계속 강의를 하게 된다면 자연히 발생하게 될 문제이니 고쳐볼 생각입니다.

2. 시험이 어렵다....지난 학기에는 없었던 것인데, 이번 학기에는 그렇게 느끼는 학생이 좀 많았습니다.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습니다. 암기 방식으로만 대학생활을 한 학생에게 자기 생각을 쓰는 일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바꾸기 위해서 한 학기 동안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된 듯 합니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면 자기 생각을 쓰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3. 강의실이 어둡다....그렇게 생각하는 줄 강의하는 내내 몰랐습니다. 정말.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학생들이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동영상을 볼 때나 PPT수업을 할 때는 한쪽은 밝게 한쪽을 어둡게 하는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진작에 알았음 그렇게 했을텐데....어쩐지 강의실 불을 끄니 많이 졸더라니....당연한 결과인 듯. 자업자득

4. 전통문화 수업에 대한 미안함....지난 학기는 더 그랬었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하지 않았었습니다. 강의 준비가 안되었기에. 그러나 이번 학기에는 그마나 1/3 정도는 할애한 듯 합니다. 이 정도로 만족을 하면 안되겠죠. 다음 학기에 강의를 하게 된다면(!) 2/3 정도는 전통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수업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방학때 자료를 열심히 찾아야 겠죠. 공부도 하고. 처음에 한국사새로읽기를 강의할 때는 10년 동안 공부한 역사를 제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한국의전통문화는 어떻게 해야할 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전통문화를 이해시킬 것인지. 아직도 답은 없습니다. 많이 보고 이해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도 역사의 한 부분인데, 역사공부를 제가 너무 편식한 듯 합니다.

5. 횡설수설....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습니다. 저도 일관성이 없는 것을 압니다. 만약 정해진 교재대로 한다면 일관성을 살아 있지만, 새로 읽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교육방식에서는. 그래서 새로 읽기가 가능한 부분만 하다보니 결국 하나의 주제를 찾지 못하고 여러가지 예시를 들어가는 방식으로 강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제 스스로도 고쳐 가야될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 방향을 찾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날림이 아닌 하나의 버젓한 저만의 교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만의 교재를 만들어보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아직은 그 과정에 있지만.

6. 이론과 실제....중간고사 이전에는 이론 부분을 이후에는 사실 부분을 강의했습니다. 지난 학기보다 이론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지금도 고민이긴 합니다. 굳이 이론을 많이 가르쳐야 하는지. 그러나 배경과 사고방식을 모르고서 사실을 아는 것은 수박 겉핧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본래 제 생각입니다. 지식은 지식을 아는 것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식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면 굳이 지식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바로 자신의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이 세상을 내 맘대로 해석하는 순간이 옵니다. 본래 그걸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이 아셨을지....

7. 토론....토론하는 수업이 솔직히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처음에는 좀 물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후반부에는 거의 못했습니다. 질문을 하게 되면 수업진도를 못나갑니다. 그래서 한 달간은 수업에 맞추어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것을 눈치챈 듯 하여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30명 정도면 가능하겠지만, 60명이나 되니 참 쉽지 않습니다. 고민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대신 소득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8. EBS의 지식채널....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듯 많은 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적어 주셨습니다. 500여편에 이르는 영상을 다 본 것이 아니라 방학때 섭렵(!)을 하고 선별하여 다음학기에는 좋은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영상의 힘이 그래서 2시간 강의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 외였습니다.

음, 소득이라고 해봐야 이것 밖에 없는 듯 하네요.

이번 학기에는 수업도 듣고, 결혼 준비도 하다보니 시간에 많이 쫒겼습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여러분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대학생다운 대학생이 되라는 것이었는데, 몇 분이나 그것을 아셨을까 모르겠네요. 주체적인 대학생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기말고사에 대한 궁금한 점이나 보고서 제출에 대해서는 제 메일로 보내시면 됩니다.

erebus1338@gmail.com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