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고 춤추는 의주 기녀

잡기(雜記) 2018. 10. 15. 13:31 Posted by 아현(我峴)

1831년 한필교의 연행록인 <수사록>에 나오는 얘기다. 연행단이 의주에 도착하면 의주에서는 으레 기생과 무사들이 말을 달려 칼춤을 추는 공연을 한다. (말타는 기생은 의주에서만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 한 기생이 말에서 떨어졌다. 그녀가 다시 일어나 말을 타니 모두 박수를 보냈다. 4명의 기생이 있었는데 모두 19세였다. 공연이 끝나자 의주부윤은 다른 재주가 있으면 해 보라 그랬다. 그런데 한 무사가 나와서 다른 재주로 웃겨드릴 건 없고 기생 중에서 뜻에 맞는 자를 골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생들이 모두 질려 도망갔다. 부윤이 기녀를 다시 모아 무사보고 선택하게 시키자 아까 말에서 떨어진 기녀를 들쳐 업고는 펄쩍펄쩍 뛰며 노래를 불렀다. 보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고 기녀도 무사를 보며 “나리 나리”했다. 부윤은 기뻤는지 술을 내려주고 기녀는 왼손에 잔을 오른손에 병을 들고 술잔을 가득 채웠다. ....

현대적 기준으로 보면(누구처럼) 그냥 이건 룸싸롱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해석해야 당시의 시대상을 온전하게 해석할 수 있을까. 자료 보다보면 이런게 한두개가 아니다. 특히 북방지역 자료를 보면. 그게 삶의 한 단면 같다. 그들에게는. 문제는 그게 뭔지 지금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