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행 막차

잡기(雜記) 2018. 9. 12. 23:24 Posted by 아현(我峴)


석사과정때 서울에서 자취할 때를 빼고는 늘 대전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석사 때는 10시30분 부산행 무궁화가 막차여서 술마시고 기차를 타면 항상 대전역에 내리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박사과정때 KTX가 생기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막차는 1시간이 늘어나 11시반이 되었고, 막차 목적지가 대전행이 되면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박사논문을 한참 쓸 무렵, 세미나를 끝나고 대학원생 및 지도교수와 술을 마시고 늘 대전행 막차를 탔다. 막차를
타는 인생이 대략 10년은 넘은 것 같다. 박사를 받으면 이제 막차를 타는 것도 마지막일 줄 알았다.

오늘 오랜만에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지도교수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석사 후배들과 논문 얘기 나누면서 술자리가 이어졌다. 지도교수님도 뒤에 합석하셨다.(술집 위치도 말씀안드렸는데 어찌 알고 오신건지..) 덕분에 술값은 내가 내지 않았다 ㅎㅎ(아무 말없이 나 대신 술값내러 오신거다. 지도교수의 품성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ㅋㅋ). 술자리의 결론은 앞으로 다시 막차타고 집에 갈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막차 인생이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이게 다 지도교수님 탓이다)

ps. 지도교수님과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후배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지도교수 왈, “후배한테 왜 그렇게 무섭게 통화하냐”. 문득,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날 그렇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