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듣기 거북했던 학생들에게

잡기(雜記) 2016. 12. 1. 17:27 Posted by 아현(我峴)

생각보다 꽤 있었다. 아주 좋았다. 그러라고 그렇게 강의한 거다.


세계사만 강의했다면 대부분의 반응은 아마 "지루하고 재미없다"가 다수를 이루었을 것이다.


정말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세계사를 배우고 싶어서 수강했다는 학생들의 수강 이유가 궁금하다


세계사의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거지?(다음 학기에는 첫 시간에 물어봐야겠다. 물론 또 강의를 하게 된다면 ㅎ)


심지어 친구들이나 후배에게 추천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평가한 학생도 더러 있다. 내가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오히려 그런 학생들의 그런 행동이 정치적인 것이 아닐까.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결국 모든 것은 본래 정치적인 것이다. 마치 나는 그게 아니라고 말할 뿐이지.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정치적인 것이며 사회는 정치적인 인간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점이다.


착각하지 말자.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난 나의 이런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그 자체가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 주었을 뿐이다. 그게 강의평가를 하는 이유다.


나도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강의와 역사 이론 및 정치이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지만 나에게 배정된 과목은 단지 세계사, 동아시아근현대사였을 뿐이다. 그래서 난 그 모든 것은 내가 받은 강의 하나에 모두 보여주려는 욕심이었을 뿐이고, 역사적 사실이 적었던 것은 내 기준에서 중요성이 조금 덜 했을 뿐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강의 시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살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알아서 뭐하게. 그건 내가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나라의 역사를 모르는게 너무 당연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 보고서의 출제 의도는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망을 통해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체계화하면서 그것을 자기만의 색깔로 입힐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평가였다. 그건 역사 자료를 수집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고 거기에 나의 견해를 드러내서 역사를 써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사는 얼마나 많은 자료가 나오는가에 따라, 어떠한 견해서 새롭게 제시되는가에 따라 항상 변한다. 그건 내가 하는 것이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능동적인 인간이 되고 수업 중간에 말했던 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무시당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오히려 이런 학생들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좋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인지했을 테니까.



100% 나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할까.


중요한 것은 내 견해와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면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난 단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려 했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적 견해는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조금 다르게 봤을 뿐이다. 아닌가????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