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은 수업

잡기(雜記) 2016. 12. 1. 16:22 Posted by 아현(我峴)

심신이 다 지쳐 있는 상태에서 강의평가를 읽고 있다.

읽는 내내 드는 하나의 생각은

"내가 대체 뭐하러 강의하는 건가?"이다

뭐긴....돈벌려고 하는 거지


난 돈 받은 만큼만 하면 된다.

더 의미있는 수업을 원한다면

돈 많이 내고 학원이라 인터넷 강의를 들으시라....


뭐 이런저런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강의평가를 보고 있다.


강의평가 내용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은 이거다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말은 두 가지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재미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이 공부하는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본인이 공부하는데 의미없다고 한다면 듣지 말아야 했다.

왜 계속 들었나.

첫 시간에 분명 변경하라고 그랬고

중간에 강의 포기하는 방법도 있다고 그랬다.

(그래서 중간에 강의 포기자가 꽤 많다)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 내가 해주는게 아니다

여긴 대학교지 고등학교가 아니다.


다음으로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왜 내가 대학교에 왔는지 좀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 아닐까 싶다

대학 강의는 재미있으라고 듣는게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다. 그것도 심각하게.

교수들이 재미있게 강의하려는 것은 학생들이 집중을 못해서 하는 짓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학원 강의가 재미있는건 그렇게 해야 수강생이 많지고 강사가 그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때문이다.

재미없다는 소문이 나면 그 학원 강사는 그 바닥에서 끝이다.

다만 대학 강의는 그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재미없는 것이다.


그나마 대학 강의 중 재미있는 강의는 조금이나마 학생들을 생각해서 수업 들으라고 하는 선생의 열정 덕이다.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대학 수업은 진지해야 한다. 앞으로 나의 삶을 고민해야 하고.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깊게 훈련시키는 유일한 공간이다.


기말고사가 두려울 것이다.

실제로 강의평가 보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학생들이 많다.


공부가 쉽다면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시험은 단지 공부를 잘 했는지를 평가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공부가 쉽다면 혼자 잘 하면 된다.


굳이 시험을 보아야 한다면 공부를 연장시켜주는 방향에서 시험을 보면 된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고 두렵지.


충분히 강의를 이해하고 그때그때 스스로 생각했다면

기말고사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때 생각한 내용을 쓰면 된다.

조금 모자라다면 시험보는 내내 생각하면 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계속 생각하고

그게 내 강의 방식이다.

틀려도 좋으니 제발 생각 좀 하자.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