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채점하면서 느낀 점

잡기(雜記) 2016. 6. 20. 15:36 Posted by 아현(我峴)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번학기에는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기말고사 채점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1. 못알아듣는 구나.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배경 지식은 없어도 알아들을 수는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기말고사를 채점하고 보니까. 정말 못알아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인을 두가지. 내가 너무 어렵게 강의하거나 아니면 강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가 보기엔 둘 다 같다. 그게 더 최악이라는 점. 쉽게 강의해도 배경 지식이 없어 못알아들을 테니까. 그래서 대부분 선생님들이 교재를 가지고 암기하는 방식을 강의하는 것일 테다. 모르니까. 이게 대학교 교양 역사학 수업은 아닐지언데.....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모르겠다.


2. 글쓰기를 못하는 구나.


글을 못쓴다. 글의 구조, 문단의 형성은 말할 것도 없고 우선 글이 안된다. 읽다보면 주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대체 서술형은 언제 나오는지 기약이 없다. 글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학생 탓은 아니다. 고등학교때 글쓰기 교육을 안시키니까. 역사학도 인문학의 일부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글쓰기는 써 보면 된다. 안써봐서 문제지.


3.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구나.


글쓰기는 자기의 생각을 문자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글쓰기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글에 자기 생각이 없다. 그리고 상당수 앞 부분과 뒷 부분의 생각이 달라진다. 그건 우선 자기 생각 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암기한 내용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기말고사 답안지에 꽤 그런 글이 많다. 마치 자기 생각인 것처럼. 암기식 글쓰기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경험담을 쓰는 것이다. 내 강의 비판하라는 시험문제에 답을 작성한 것 중에 경험담을 들어 자신의 글쓰기를 하는 학생들이 조금 있었다. 괜찮은 방법이다. 그래야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4. 지식을 습득하여 자기화가 안되는 구나


물론 위 3가지도 안되는데 지식의 자기화 과정이 될리 없다. 암기된 내용을 자신의 판단과 기준에 맞게 각색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우선 머리 속에서 진행되어야 자기화된 글스기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채점하면서 딱 한명 봤다. 마치 내 생각을 그 학생에게 들킨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마음을 읽었다고 해야 하나. 인문학적 사고 방식의 목적이라면 결국 자기화다. 세상의 모든 지식, 세상의 모든 사건 사고를 자기화하는 것인데 그것은 말로 표현될 수도 있고 글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게 이 수업의 최종 목적이라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뭐 이외에도 용어문제, 배경지식 문제 등등 많은데....이건 이제 내가 앞으로 강의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


이제 어떻게 강의해야 할까.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