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20대의 자화상

잡기(雜記) 2016. 5. 8. 22:54 Posted by 아현(我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서 의미있는 말들


1장. 강의실에서 바보간 된 어느 시간강사 이야기


* 문제는 20대들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가 과거보다 더 심각하고도 끔찍해진 상황임에도 이들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데 있다 → 나도 강의 시간에 별로 해 줄 말이 없다.

*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개인이 좀 잘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이 분위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핑계대지 말고 스스로를 계발하라" 정도가 될 것이다.

* 지금의 자기 계발 현상에는 '이렇게 하라'는 주문만 있지 그로 인해 '달라진 결과'가 없다 →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달라간다..

* 어쩌다가 성공한 사례 하나를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반화시킨다 → 우린 김연아가 될 수 없어. 김연아가 특이한거지

* 노골적으로 말해,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건 '낚였다'의 다른 말인 것 → 읽으면 잠시 위안이 될 뿐

* 성공의 요인이 10% 개인적 역량 때문은 아닌 것처럼, 실패 역시 마찬가지 → 취직 못한 건 네 탓이 아냐

* 자기 계발 담론의 핵심이 긍정과 노력이라는 것

*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비난

* 과거와 차원이 다른 경제적 약자가 된 20대가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 약자가 될 환경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블랙 코미디

* 현대사회는 자기계발 권하는 광기의 사회


2장. 자기계발서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 스펙들이 모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삶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니, 어떤 공허함에 짓눌리는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 20대의 자기 계발하기의 특징

  1. 20대 대학생들에게 자기 계발이란 취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다는 점

     - 20대의 자기계발은 취업준비의 다른 말

     - 20대에게 자기계발이란 성과를 얻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며 그렇기에 여기엔 고통스러운 자기 희생이 따른다

  2. 결과가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데도 다른 대안이 없어 그저 계속 해나가고만 있다는 점

     - 자기 계발의 두 가지 형태

        ①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라! 식 - 자기를 채찍질하는 방식

        ② 엄격한 자기 통제에 지친 개인에게 당근을 주면서 위로 - 세상에 널려 있는 힐링의 메시지, or 바카스 or 컨디션

  3. 자기계발에 열심이지 않은 게으른 자와의 비교에서 자신의 현재에 대한 위안과 만족을 구한다는 점

    - 역설적이게도 취업되기 위해 그 힘든 자기계발을 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취업과 상관도 없는 단순한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 (춧불집회에 대하여) 시위참여라는 유사성 안에 자리한 그 의미부여가 개인마다 너무 다르니 이들을 어떤 한 덩어리로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 의미가 연속선상에 있는 반응 .. 다음의 반응이라는게 있는 것인데 20대에게선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 20대는 지금 자신이 처한 조건에 기초해 상황을 해석+판단하는 것이다

* 모든 사건을 노력이라는 범주에서 해석

* 스펙은 합당한 지위를 얻기 위한 당연한 노력

* 20대들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 자신들이 이고 있는 짐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서 자기방어를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지만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 20대의 두드러진 특징 : 시간에 대한 집착

* 괴물처럼 일하고 도깨비처럼 놀아야 한다

* 그저 본인의 자유를 포기한 걸 시간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 ..결국 회사에서 부려먹기 좋은 사람이 되도록 자신을 관리

* 열정을 평가받겠다는 건 그 자체가 퇴행적인 것 .. 객관의 잣대로 들이댈 성질이 아니다

* 자기계발을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이 세상을 바라보는 20대의 눈을 만들어버렸고 그 20대의 눈은 곧 자기계발서 자체가 되어버렸다

* 20대가 자기계발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던 바로 그 사람들이 되기 싫어서다


3장.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


* 1.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 자기계발서들은 자신의 고통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을 강조

* 2. 편견의 확대재생산

* 3. 주어진 기존의 길만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 수능점수와 그에 기초해서 들어간 대학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얻어낸 성과에 해당한다

* 20대 대학생들은 수능점수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실력이 평가된 공정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 자기계발 시대에 나타난 학력의 위계화된 질서를 추정하는 20대들의 적나라한 단면

* 문제는 20대 대학생들이 간접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일상의 공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간접경험에만 근거한 잣대를 가지고 동년배들을 절대적으로 평가해버린다는 사실.. 대학서열이 사회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잣대를 학습역량(수능점수)만으로 줄을 세워 판단하기 때문

* 사회적 선행학습, 자기계발서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 현대사회는 저 친구보다 내가 더 나은 존재임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

* 낮은 위치로 말미암아 피해를 당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업자득으로 규정

* 자기계발서를 보면 개인의 개성을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를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음

* 가장 상품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

* 학생들은 학교 문제가 발생하면 오직 학교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을 걱정할 뿐 → 취업에 대한 불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 학교의 야구잠바(과점)은 신분 과시용 소품이라는 방증

* 현대사회는 소비사회. 소비사회에서의 개인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어떤 부류인지를 드러낸다. 20대들이 대학이라는 맥락을 소비하는 방식도 마찬가지

* 지금 대학들은 20대들을 더 완벽한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 88만원 세대로 구성되는 과정은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선택 무능력'의 징표로 이해되고 있는 최하층계층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것과 흡사하다

*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변혁이 아니라 일단 살고보자가 중요해진다. 저항은 외부에서 예상된 저항 뿐이다. 일자리를 달라가 시작이고 끝이다.

* 자기계발서는 무기력한 현재를 화려하게 변화시킨 매뉴얼을 제공한다 ....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내 경우를 봐"


4장. 자기계발 권하는 사회를 치유하자


* 힐링 담론 : 힐링은 사회적 압박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걸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게끔 한다

* 결국 힐링서들에 가장 열광하는 이들은 기업의 오너와 임원들이다. → 바로 이 지점이 대기업에서 힐링 콘서트를 지원하는 이유다.

* 자수성가의 상징은 이명박 전대통령이 청년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

* 대다수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의 폐해에 대해 일정 정도 인식하고 있다. 자신 역시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까지 여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아파도 청춘이니까 참아보라는 것은 시련이 반드시 열매를 맺어주는 사회에서나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 바우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정상의 삶이라고 인정되는 모든 것에서 배제되었음을 뜻한다. 그것은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아지고 수치스러움이나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가난은 또한 그 사회에서 행복한 삶이라고 여겨지는 기회들과 단절되고 삶이 제공해야 하는 것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 당연히 덜 일하면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일하고 덜 공부하게끔 한다. 공부할 수록 가난해지고,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솔직한 책이다 .... 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이다.

* 학자금대출자 평균 비율이 재학생 대비 14.5%인데 비해 서울대와 연세대는 불과 5%이다.

* 자기계발서를 의심하지 않는 이유는 능력주의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 스스로 노력하면 능력을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사회는 차등대우를 해준다는 능력주의 믿음

* 능력주의를 지탱하는 요소

  1. 균등한 기회

     - 흔히 기회 균등을 가늠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온 것은 교육

     - 사람의 사회계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대학교육의 유무는 중요한 문제

     - 우리가 흔히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당부분 자기것이 아닌 요소에 영향을 받음

     - 희망이 개인 의지의 영역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는 많다

     - 희망은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돈이 있어야지만 가슴도 뜨거워진다

     - "어떤 사람은 두 스트라이크를 맞은 상태로 인생을 시작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 쳤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2. 공정한 과정

     - 한국사회에서 혈연, 학연, 지연이 대표적으로 이런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소

     - 사회는 늘 최종결과가 곧 개인의 역량 차이가 객관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 하지만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그 사람의 절대적 경쟁력으로 간주해버리는 건 분명 불공정한 일이다. 이런 문제점을 뭉개버린 채 그저 능력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3. 정의로는 결과

     - 사회는 출발과 과정의 공정성에서 차별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결과의 차별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개마고원, 2013. 책 정리.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