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잡기(雜記) 2016. 4. 4. 18:16 Posted by 아현(我峴)

단상(短想)


어제 서울에서 학회 마치고 대전에 오는데 자리가 없어서 KTX 특실칸을 탔다.

처음부터 KTX를 즐겨 탔던 것은 아니다. 자리만 나면 무궁화를 타고 다녔지만 이젠 아니다.

무궁화로 인한 시간 손실보다 KTX를 타고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하는 편이 더 낫다.

한마디로 시간을 돈주고 사는 인생을 산다고나 할까....

대학 때는 시간보다 돈이 먼저였다.

남는 건 시간 뿐이고, 없는 돈이었으니.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은 건지 세대가 바뀐 건지.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특실을 타니 일반실에 있을 때나 무궁화를 탈 때와는 뭔가 사뭇 다른 분위기.

뭐랄까. 상류층 사회에 들어온 느낌?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직 아닌 것 같은 그런 것?


집에서 농사나 짓고 나무하러 도끼들고 산에 들어갔다가

양복 입고 대학 강의실에 들어가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내 자신을 보면

내가 누구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난 내가 아직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다 끝난게 아니니까.

박사를 받으면 이제 난 선생님인가?


8년째 학생들에게 교수님 소리 들어가며 강의하고 있지만

난 단 한번도 내가 교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선생님인거지....고등학교에서 학원에서와 같은


어차피 한 학기면 더 이상 날 볼일 없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이라고 해 봐야 3개월이 전부인데....그게 좋게 들릴리가 있나.

난 단지 강의한다는 그 자체가 재미있을 뿐이고

공부해서 지식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게 흥미로울 뿐이다.


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누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넌 누구라고.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