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령

잡기(雜記) 2016. 3. 27. 11:41 Posted by 아현(我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거의 보지 않는다.

물론 집에 TV도 없어서 드라마는 전혀 안본다.

인터넷을 눈팅 하다가 문보령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냐면 아래 이분. 다른 주연 여배우처럼 미녀 소리를 듣는 그런 분은 아니다.

솔직히 대부분 누군지 모른다. 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모른다.


소위 악역 전문 여배우. 내가 기억하는 건 2014년도 KBS 드라마 "천상여자"에서 였던 것 같다.

참여한 대부분 드라마에서 악역이나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았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싶었다.

배우가 되는 길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오랜 무명 생활이 배경이 되었던 듯 하다.

하지만 주연으로는 오르지 못하는....늘 조연에 머물러서 그것도 주로 남들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은

악역을 맡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그렇게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분이 영화를 한편 찍었다. 찾아보니 유일한 듯 싶다.

 

 

<캠퍼스 S 커플>

이 영화의 여자 주연이다.

그런데 이 영화 나왔을 당시에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은 최필립 밖에 없었다.(포스터 가운데 남자)

그러다 보니... 결국 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에 따르면 관객수가 891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가면 영화 통계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의 전국 상영 스크린은 단 한 곳.

개봉이전에 벌써 692명이 봤고(시사회?)

개봉 당일 18명....가장 많이 본게 개봉 2일째 35명. 개봉 10일만에 하루 관객 4명....

한마디로 쫄딱 망했다.

 

물론 대부분 관객들은 우선 영화를 볼때 주연이 누구인지 본다. 

대본이 별로라도 주연보고 영화를 보러간다.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 늘 평가하려 들고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

마지 자신이 제3자인듯.

영화감독이 그런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 듯 싶은데.

그래서 가끔 대본이 엉망이어도 대박난 영화가 있는 반면에

영화 완성도는 최고인데 쪽박차는 영화도 부지기수다.

이 영화는 대본도 엉망이고, 완성도도 형편없고, 주연의 인지도도 없다.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 하나 문보령 때문이었다.

감정이 정말 잘 절제되어 있다. 영화나 소설과 같은 문학은 감정이입을 하라고 보는 것이다.

문보령은 내가 자신에게 감정이입해야 하는 이유를 너무 잘 보여주었다.

난 이성적 판단을 곧 잘한다. 감정은 되도록 안드러낸다. 슬퍼도 울지 않는다. 평소 별로 웃지도 않는다.

울때는 혼자 있을 때 눈물을 흘리고, 웃을 때도 혼자 있을때 웃는다.

그래서인지 군대 입대할 때도 나 혼자갔었다. 그게 싫어서.

이 배우가 그걸 너무 잘한다.

 

작년 말에 몰래 결혼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결혼식을 하지 않았단다. 

어차피 화장을 늘 하는 배우이기에 결혼식 화장을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어제 무한도전에서 성시경이 그랬다. 결혼식은 신부를 위한 거라고.

문보령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와 내가 연기를 하는 목적이 뭔지 아는 듯 싶다.


附. 영화를 보는 이유는 내가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을 함께 느껴 보기 위해서다. 제발 그냥 봐. 별점 따위 매기지 말고.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