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잡기(雜記) 2015. 11. 7. 17:02 Posted by 아현(我峴)

시간강사를 시작한지 벌써 7년째. 그 말은 박사논문 못쓰고 박사과정도 7년째라는 말.

석사논문을 쓰자마자 시작했으니 20대 후반에 시작한 강사 생활이 발써 30대 중반을 넘어셨다.

오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사서 보았다.

물론 일간지에 신간 도서로 여기저기 소개되며 시간강사의 불안정한 신분적 지위로 인한 모습을

잘 소개하고는 있는 것 같지만. 그건 그냥 푸념일 뿐이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몰론 저자는 이러한 처절한 바닥 인생에서 나에게 한가지 희망은 오직 학생들이 나에게 해주는

"행복해 보이세요"라는 말 한마디 라지만.

나는 정말 그런가?

학기말에 시행하는 자화자찬식 강의평가를 받아보며 가끔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그것도 그때 뿐.

오히려 전혀 돈을 벌지 못하는 방학이 기다려지고

그냥 내가 하고픈 연구나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일까

이 책의 저자도 인문학자로 강의하는게 왜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지만

나도 그런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과연 얼마나 알아듣는 것이며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한다는게

정작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너네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뭐 이정도 아니었을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내가 왜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지금은 모르겠다.

그냥 얄팍한 지식을 팔면서 돈 버는 것 이외에 강의라는게 뭔지 모르겠다.

지금은

학생들에게는 학점이, 나에게는 돈이, 필요하니까 인문학이라는 허울 좋은 과목으로

우린

매주 같은 시간 같은 강의실에서 그냥 얼굴 마주하고 있는 것 뿐인가?

 

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