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에서 애국자로

사편(史片)/근현대사 2009. 6. 20. 21:27 Posted by 아현(我峴)
소위 보수라 지칭하는 분들이 왜 태극기를 흔들고 있을때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를 흔들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강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시절에 많은 진보세력들이 한국 사회를 고치기 위한 노력들을 하게 됩니다. 비주류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은 주류라 할 수 있는 지배층들이 다저온 한국의 구조적인 지배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는 지배층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수십년 동안 보수집회를 거의 하지 않던 분들이 거리로 나온 것을 보면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보면 집권층 혹은 지배층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러한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고려와 조선의 500년, 신라의 1천년을 뒤짚어보면 그 기간동안 지배층은 변함이 없었다는 말로 풀이되니까 말이죠.

보수집회를 유심히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 태극기만 흔들지 않습니다. 한손에는 태극기를 한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있습니다. 대체 그들이 들고 있는 성조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한번 되새겨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해방 전후의 정국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미군정이죠. 아마도 그들이 흔드는 성조기의 근원은 미군정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제시대 친일파들은 해방이후에 상당한 불안을 겪게 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일반 민들로부터의 보복이나 불안을 사회변화 속에서 겪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이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해방이 되고 나서 미군이 한국에 들어왔는데, 미군사령관의 포고령은 다음과 같았답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법을 지켜라. 법질서는 살아 있고 모든 관료들은 현업에 충실해라" 여기서 모든 관료란, 행정업무를 하던 관리와 치안을 담당한 경찰을 총칭해서 부리는 말입니다. 일제시대 경찰이 미군정 아래에서도 그대로 경찰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백성들은 친일경찰이 당연히 해고되고 재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미군정의 입장에서는 그들이야 말로 노련한 관료이자 능숙한 경찰이었던 것입니다. 친일파 처단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 안정과 치안 유지였던 것이 미군정의 입장이었던 것이죠. 친일파들이 보기에 해방 이후 미군정은 일본제국주의를 대신하는 자신들의 보호자이자 구세주였던 것이죠. 그리하여 일제시대 말단직에 있던 자들이 해방이후 오히려 고위직에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고 나서 미군정이 철수하게 되는데,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제헌헌법에서는 친일파를 처단한다는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친일파와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게 위해 소급 입법을 인정했습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던 민족주의자들은 오히려 친일파에게 청산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1949년이 되면 남로당 프락치 사건, 반민특위 습격, 김구의 암살 등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이는 모두 친일파들에 의한 체계적인 과정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이후에 한국전쟁을 통해서 이들은 친일행각을 반공주의로 전환하며 완전한 애국주의자로 모습을 탈바꿈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친일파가 반공주의자로 변하여 애국주의자가 된 명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나서 친일파를 색출하는 일보다 급선무의 과제는 친북세력을 처단하는 일이었습니다. 미군정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과 소군정의 잠재적인 위협이었던 남한 내부의 좌파 혹은 공산주의자를 처단하는 일이었죠. 이는 결국 친일세력들이 독립운동자들은 잡아내는 방법을 동원하여 공산주의자들을 찾는데 이용하게 됩니다. 또한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공산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에 결국 사회주의자를 잡는 사람, 최고의 반공투사 결국 애국자가 되는 것이었죠. 신탁통치에서의 반탁과 찬탁은 이러한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책을 보시기 권합니다. (한홍구, <특강>, 한겨레출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