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03반)

보고서

한국사새로읽기 03반

 

● 다음은 조선 인조~현종대에 살았던 이경석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기록한 글이다. 아래의 글을 읽고 이경석이 어떠한 인물인지 자료에 근거하여 역사적으로 평가하시오.

● 분량은 자유

● 제출 기한은 11월 24일까지.

● 제출 방법 : 인쇄하여 수업시간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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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비록 노성인(老成人)이 없더라도 오히려 전형(典刑)이 있네.” 하였는데, 전형이 있고 없고에 따라 치란(治亂)과 존망(存亡)이 달려 있으며, 노성인은 또 전형으로부터 나오게 되는 바이겠으나 노성인을 지금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다행히 그 전형은 남아 있어서 능히 우리 자손과 백성들을 보전하게 되었으니, 아! 노성인이 나라에 관계됨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노성인을 모욕하지 말라.” 하였으니 노성인의 중요함이 이러한데, 만약 모욕하는 자가 있으면 천하가 상서롭지 못함이 더없이 크게 되며, 감히 상서롭지 못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역시 상서롭지 못한 보답을 받게 된다. 이는 하늘의 도리이니, 두렵지 않은가?

공(公)의 휘(諱)는 경석(景奭)이고, 자(字)는 상보(尙輔)이며, 호(號)는 백헌(白軒)으로 정종(定宗)의 열째아들 덕천군(德泉君) 휘 후생(厚生)의 6대손이다. 증조는 함풍군(咸豊君) 휘 계수(繼壽)요, 할아버지는 증 좌찬성(左贊成) 휘 수광(秀光)이요, 아버지는 동중추(同中樞) 증 영의정(領議政) 휘 유간(惟侃)이며, 어머니 개성 고씨(開城高氏)는 대호군(大護軍) 고한량(高漢良)의 딸이다.

공은 선조(宣祖) 28년 을미년(乙未年, 1595년) 11월 18일에 태어났다. 어려서 형인 효민공(孝敏公, 이경직(李景稷))에게 글을 배울 때 매양 창문 가에서 책을 읽었으며, 집안이 가난하여 흉년에는 일찍 집을 나갔다가 배고픔을 참고 늦게 돌아와 대부인(大夫人)이 밥상을 대하고 있으면 조금 숨어 있다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으니, 그 효성이 이와 같았다. 나이 13세 때 존공(尊公)께서 개성 도사(開城都事)가 되었는데, 이때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 경력(經歷)으로 있으면서 공을 매우 기이하게 여겨 말하기를, “우리들이 미칠 수 없는 바이다.” 하였다. 광해군(光海君) 5년에 성균 진사(成均進士)가 되고, 계해년(癸亥年, 1623년 인조 원년)의 인조 반정(仁祖反正) 후 과거(科擧)에 급제하여 승문원(承文院)에 보직되었고, 사국(史局)에 들어가 검열(檢閱)과 봉교(奉敎)를 지내고 갑자년(甲子年, 1624년 인조 2년)에 주서(注書)로 옮겼다.

이괄(李适)의 반란이 일어나 임금이 남쪽으로 행행(行幸)하게 되었는데, 백관들이 모두 도망해버려 어가(御駕)를 따르는 자는 승지 한효중(韓孝仲)과 공, 그리고 내관(內官) 두 사람뿐이었다. 강나루에 배가 없는 데다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이때 효민공(孝敏公)이 호남의 병마 절도사로 미처 부임하지 않고 있다가 남쪽 연안에서 배 한 척을 찾아내어 어가를 맞이하여 건너 임금이 승상(繩床)에 앉아서 날 새기를 기다렸는데, 공의 형제가 모시고 서서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도보로 걸어서 어가를 수행해 공주(公州)까지 갔다가 어가가 돌아온 후, 전적(典籍)으로 옮겼으며 정언(正言)을 거쳐 수찬(修撰)이 되었다. 을축년(乙丑年, 1625년 인조 3년)에 정언이 되어서는 ‘연석(筵席) 열 때를 당해 면계(面啓)케 할 것’을 청하였는데, 양사(兩司)에서 연석에 들어간 것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헌납(獻納)과 부교리(副校理)를 거쳐 병인년(丙寅年, 1626년 인조 4년) 가을에 이조(吏曹)의 낭관(郎官)에 옮겨져 사가 독서(賜暇讀書)하고, 중시(重試)에 1등으로 급제하였다.

정묘년(丁卯年, 1627년 인조 5년)에 청(淸)나라 군사가 쳐들어오자 체찰사(體察使) 장만(張晩)이 공을 불러 군사를 따라 서쪽으로 가서 인하여 관동(關東)의 군량을 감독해 운반하였다. 3월에 행조(行朝)로 돌아와 비로소 군사를 내보내려고 하는데 남은 군병이 없는 데다가 또 큰비가 내리자 여러 사람들의 의논이 조금 미루려고 하므로 공은 말하기를, “조정에서 반드시 3일 안에 출발하라고 하였다. 임진(臨津)을 건너지 않다가 죄를 받는 것보다는 전진하는 것이 낫다.” 하였는데, 이튿날 소식을 들으니 과연 공의 말과 같았다.

수찬(修撰)을 거쳐 직강(直講)이 되었는데, 김원(金垣)이란 자가 남의 사주(使嗾)를 받아 명류(名類)를 모함하므로 공 역시 불안하게 되어서 고향으로 물러나 몇 달 있다가 돌아왔다. 무진년(戊辰年, 1628년 인조 6년)에 이조 정랑에 제수되었는데, 승평 부원군(昇平府院君) 김유(金瑬)가 패장(敗將) 이일원(李一元)을 서쪽 수령(守令)으로 임명하려고 하므로 공이 말하기를, “적군이 반드시 우리나라에 사람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하니, 이에 중지하였다. 유효립(柳孝立)의 옥사(獄事)가 일어나자 문사랑(問事郞)이 되어 통정 대부(通政大夫)로 승진하였고 가을에 승지에 임명되어 좌부승지(左副承旨)로 옮겼다.

이때 종성(鍾城)의 토민(土民) 박중남(朴仲男)이란 자가 청나라에 투항했다가 기사년(己巳年, 1629년 인조 7년) 봄에 청나라 사신(使臣)과 함께 나왔다. 임금이 그에게 전상(殿上)에 자리를 내리려고 하니, 공이 안 된다고 다투었으며 차[茶]도 제일 나중에 내려주자, 박중남의 기가 꺾였다. 3월 정시(廷試)에서 제 2등에 뽑혔으며 서당(書堂)은 특명(特命)으로 그대로 띠게 하였다. 가을에 부모 봉양을 위해 외직으로 나가기를 요청하여 양주 목사(楊州牧使)로 나갔다가 경오년(庚午年, 1630년 인조 8년) 가을에 친병(親病) 때문에 돌아왔다. 양주에 있으면서 쌓인 포흠(逋欠)을 모조리 견감(蠲減)하였다. 아전들이 말렸으나 따르지 않았는데 과연 파직되어 오랫동안 산직(散職)에 있었다.

신미년(辛未年, 1631년 인조 9년)에 위장(衛將)이 되었는데 으레 견여(肩輿)를 타게 되어 있었으나 공은 홀로 걸어다녔다. 이듬해 임신년(壬申年, 1632년 인조 10년) 봄에 승정원(承政院)으로 돌아왔다. 임금이 어버이에게 감귤(柑橘)을 하사하여 보내 공이 감격하여 시(詩)를 지었는데, 진신(縉紳)들이 전해가며 화창(和唱)하였다. 4월에 우승지(右承旨)로 승진하였다. 공이 오랜 동안 승지로 있으면서 내지(內旨)를 막아서 바로잡은 도움이 많았다. 여름에 장릉(章陵, 인조의 생부 원종(元宗))을 추숭(追崇)하고 가선 대부(嘉善大夫)로 승진하였는데, 아버지와 형이 이미 2품(品)에 올라 있어서 부자 형제가 모두 재상의 반열에 있게 되어 사람들이 영광스럽게 여겼다. 6월에 내간상(內艱喪)을 당하였고, 갑술년(甲戌年, 1634년 인조 12년)에 또 외간상(外艱喪)을 당하였다.

병자년(丙子年, 1636년 인조 14년)에 상제(喪制)를 마치고, 연달아 부제학(副提學)ㆍ대사헌(大司憲)에 임명되었다. 이해 봄에 청(淸)나라에서 사신(使臣)을 보내 오자 당시의 의논이 사신을 참(斬)하여 거절해야 한다 하니, 화사(和使)가 도망해 가버려 조야(朝野)의 인심이 흉흉하였다. 공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시대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강한 적을 함부로 건드리면 그들이 반드시 쳐들어오게 되니,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였다. 권경(權儆)이 이미 장죄(贓罪)에 걸려 참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공이 그 억울함을 논하여 죽음을 면하게 해 주었다. 12월에 청나라 군사가 대거 침입하자 임금이 장차 강도(江都)로 행행하려고 남문(南門)을 나서니, 적군의 기병(騎兵)이 이미 사령(沙嶺) 가까이 와 있었다. 공이 급히 어가(御駕) 앞으로 나아가니, 임금이 문루(門樓)에 임어하여 공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물었다. 공은 말하기를, “일이 급하니 마땅히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달려가 지켜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김유(金瑬)에게 물으니, 김유는 강도로 가기를 청하므로 공이 굳이 다투자 임금이 공의 의견을 따랐으며, 공이 장수를 보내 앞에서 적병을 막기를 청하니, 임금이 따랐다.

이때 창졸간(倉卒間)에 공은 걸어서 남한산성으로 달려가 부제학에 임명되었는데, 이미 남한산성이 포위되었으므로 ‘삼사(三司)와 명류(名流)들이 모두 나서서 싸움을 독려하고, 어사(御史)가 항오(行伍)를 편성해서 밤낮으로 경계하라’고 청하니, 임금이 깊이 생각하고는 좋은 생각이라 칭찬하였다. 눈이 크게 내려 사졸들이 추위에 떨자, 공은 또 ‘대소 관원이 옷을 벗어 사졸들에게 나누어주어 군사들이 솜옷을 입은 듯 은혜에 감복해 추위를 잊도록 할 것’을 청하였다. 공은 석문(石門) 이경직(李景稷),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 계곡(谿谷) 장유(張維)와 함께 개원사(開元寺)에 거처하고 있었는데, 공은 밤에 번번이 한두 번씩 일어나 걸어서 행궁(行宮)에 가 임금의 기거를 묻고는 물러 나와 서로 붙들고 통곡하는 등 각기 충의(忠義)를 다하기에 힘썼으며, 임금이 출성(出城)하기에 미쳐서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금하지 못하니, 임금이 민망하게 여겨 수행하지 못하게 하였다.

정축년(丁丑年, 1637년 인조 15년) 정월에 호종(扈從)에서 돌아와서 도승지(都承旨)에 제수되었다가 부제학과 대사헌(大司憲)으로 옮겼으며, 다시 도승지가 되었다. 장차 종묘(宗廟)의 신주(神主)를 고쳐 쓰면서 의심난 곳을 공에게 와서 물으니, 종묘에 가서 행하기를 청하였다. 또 자주 시사(視事)하여 아랫사람을 자주 인접(引接)하고, 제사(諸司)는 날마다 개좌(開坐)하여 군읍(郡邑)의 서리(胥吏)들이 경저(京邸)에 오래 머무는 일이 없게 하라고 청하니, 모두 따랐다. 부제학과 대사헌, 공조 참판(工曹參判)을 역임하고 다시 부제학이 되어 차자(箚子)를 올려 예닐곱 가지 일을 진계(陳戒)하였다. 또 말하기를, “윤황(尹煌)이 척화(斥和)하다가 먼 지방에 유배되어 있는데 석방해야 마땅합니다.” 하니, 모두 가납(嘉納)하였다.

이때에 청나라 사람이 삼전도비(三田渡碑)를 세우려고 그 비문을 요청하자 임금이 장유(張維)와 조희일(趙希逸)에게 지어 올리라고 명하였는데, 모두 저들의 마음에 들지 않자 더욱 호통을 치며 급히 독촉하였으므로 임금이 공을 면대(面對)하여 명하기를, “구천(句踐)은 신첩(臣妾) 노릇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강(自彊)하기를 도모하였다. 오늘날에는 저들의 비위를 맞추어야지 행여 격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여 공은 억지로 명을 따랐다. 석문(石門)에게 글을 보내기를, “문자(文字)를 배운 것이 후회됩니다.” 하고, 또 시를 지어 “오계(浯溪)의 백 길 절벽에 부끄럽네[愧負浯溪百丈崖]”¹⁾ 하였으니, 공의 뜻을 알 수 있겠다.

무인년(戊寅年, 1638년 인조 16년)에 차자를 올려 ‘백성들의 힘을 펴게 해주고, 강도(江都)를 수리하면서 남쪽 백성을 징발하지 말며, 남한산성을 넓고 크게 쌓지 말아서 베[布]를 거두고 쌀을 운반하는 것을 불쌍하게 보살필 것’을 청하였다. 대제학(大提學)에 임명되고, 7월에는 이조 참판에 제수되었다. 시강(侍講)에서 ‘하늘의 노여움을 공경하고 백성들의 원망을 풀어주고 정역(征役)을 견감할 것’을 청하니, 모두 가납하였다. 이날 ≪시경(詩經)≫을 강하다가 ‘즐거운 군자여 천자 나라를 진정시키도다[樂只君子 殿天子之邦]’라는 대목에 이르러 임금이 큰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리자 공도 이시백(李時白)공과 함께 눈물을 흘리니, 보는 자들이 모두 감동하였다. 이때 유석(柳碩)ㆍ박계영(朴啓榮)ㆍ이계(李烓) 등이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을 배척하였으므로 임금께서 평소 불쾌하게 여겼는데, 동계(桐溪) 정온(鄭蘊)과 청음 김상헌이 자못 그의 말 가운데 들어 있자 공이 말하기를, “김상헌과 정온을 죄주어서는 안 되니,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는 이조 참판을 사직하여 체직되었다.

기묘년(己卯年, 1639년 인조 17년) 봄에 이조 판서(吏曹判書)로 승진하고, 이듬해 경진년(庚辰年, 1640년 인조 18년) 봄에 비밀 상소(秘密上疏)를 올렸다. 이때 승려 독보(獨步)를 중국에 들여보냈는데 공은 완성군(完城君) 최명길(崔鳴吉)과 밀의(密議)하였다. 공은 독보를 밀실로 이끌어들여 울면서 보냈다. 3월에 대제학을 사면 해직되었는데, 청인(淸人)이 대질(代質)을 힐책하여 공 역시 관직을 삭탈당했다가 겨울에 특별히 서용되어 이식(李植)과 함께 의논하여 국서(國書)를 짓고, 대사헌이 되었다. 이때 조석윤(趙錫胤)이 일을 논하다가 파직되고, 허계(許啓) 등이 청음의 죄를 늦추려고 심양(瀋陽)에 들어갔다가 죄를 입자 공이 두 가지 일을 말하자, 임금이 즉시 따랐다.

신사년(辛巳年, 1641년 인조 19년) 봄에 우참찬(右參贊)에 임명되었다가 다시 대사헌이 되었다. 여름에 가뭄이 들자 ‘의언(議讞)이 마땅함을 잃어 억울함을 펴지 못한다’고 말하니, 임금이 불러보고는 사형수 4명을 방면(放免)하였다. 가뭄이 심해지자 또 ‘죄수들을 소석(疏釋)하고, 중외에 형옥(刑獄)을 함부로 하지 말기를 신칙하고, 내옥(內獄)을 혁파하고, 내공(內貢)을 덜고, 제택(第宅) 짓는 것을 정지하고, 신료들을 인접하고, 백성들의 고통을 묻고, 상하의 뜻을 통하고, 남한산성의 일을 잊지 말아 더욱 조심하고 경계하라’고 청하니, 임금이 가납하였다. 가을에 수이사(守貳師)로 심양에 가게 되니, 임금이 인견하고 잘 보도(輔導)하라고 격려하였다. 공이 심양에 도착하여 날마다 서연(書筵) 열기를 청하여 빈객으로 하여금 번갈아 강(講)하게 하고 일에 따라 간절히 간하니, 세자 역시 존경하고 예우하였다. 일찍이 비밀스럽게 글을 올려 궐실(闕失)을 극진히 논하였는데, 그 초고(草稿)를 훼손하여 전하지 않는다. 청나라 사람들이 식량 대주는 것을 꺼려하여 여러 볼모들에게 스스로 농사를 지어먹게 하면서 농정(農丁)을 투입하라고 독촉하니, 공은 힘껏 그 불가함을 다투어 말하기를, “나는 임무를 맡고 왔으니, 나라에 편리하면 되지 감히 몸을 돌보겠는가?” 하자, 청나라 사람들 역시 감히 강요하지 못하였고 또 갖가지로 힐책하자, 미봉(彌縫)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청음(淸陰)이 박황(朴潢)ㆍ조한영(曺漢英)과 함께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서 욕을 당하고 있었는데, 공은 심양에 들어간 3일 만에 몰래 세자에게 아뢰어 늦추어 주기를 도모하였다. 세자가 공과 함께 모의하여 용사(用事)하는 자들에게 뇌물을 쓰니, 청나라 임금이 세자를 불러 묻고는 돌려보내기를 허락하면서 이사(貳師)로 하여금 함께 나가도록 하여 제공들이 끝내 무사하였는데, 이는 모두 공의 힘이었으나 아는 자가 없었다.

임오년(壬午年, 1642년 인조 20년) 3월에 다시 심양에 들어갔다. 여름에 조정으로 돌아왔다가 7월에 다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중국 배가 선천(宣川)에 도착하자 방백(方伯) 정태화(鄭太和)가 놓아보냈는데, 청나라 사람들이 나중에 알고는 공을 보내 따져 물었다. 8월에 나라로 돌아와 그 상황을 치문(馳聞)하니, 조정에서 공으로 하여금 그곳에 머물면서 조사하고 서울에 돌아오지 말라고 하여 단지 감사 심연(沈演)과 병사(兵使) 김응해(金應海)만 파직하였다. 그리고는 공에게 청나라에 보고하기를 재촉하므로 부득이 9월에 다시 심양에 들어가 고하니, 청나라 사람이 노하여 변방 수령과 장령(將領)을 두루 심양으로 불러들여 따져 물으려고 하였는데, 공이 힘껏 변명하여 선천 수령만 불러 대답하게 하였다. 청나라 사람이 또 공이 중도에서 여러 차례 왕래하였다고 힐책하자 공은 조정에 책임을 물을까 두려워하여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다. 청나라 임금이 ‘전명(傳命)하지 않았고 임금을 만나지도 않고 돌아왔다’고 하면서 동관(東館)에 가두었다가 얼마 후 봉황성(鳳凰城)으로 보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구류(拘留)하였다. 이때 세자가 청나라 장수를 따라 먼저 봉황성에 가 있다가 그 일을 조사하였다. 공이 세자를 알현(謁見)하고자 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때 대신 이하 구류되어 있는 자가 매우 많아 각자 금품을 내어 화(禍)를 늦추려고 하였으나 공 혼자서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반드시 죽음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궁사(宮師)가 돈을 쓰는 것을 나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나는 냉산(冷山)이나 북해(北海)라도 달가운 마음으로 가겠다.” 하였다. 후일 여러 사람들은 모조리 돌아왔으나 공만은 가장 오래 구금되었다가 12월에야 석방되어 나라로 돌아왔으나 거두어 서용하지 말도록 하였다.

계미년(癸未年, 1643년 인조 21년)에 참찬에 임명되었다. 이듬해에 우상(右相) 이경여(李敬輿)가 심양으로 들어갔는데, 여러 금고(禁錮)된 사람을 함부로 서용했다고 해서 구류를 당하였다. 공은 파직을 청하는 상소를 세 번 올려 면직되어 이식(李植)ㆍ이명한(李明漢)과 함께 ≪선조실록(宣祖實錄)≫을 개수(改修)하였다. 세자가 금고된 여러 신하들을 서용하기를 청하여 을유년(乙酉年, 1645년 인조 23년) 봄에 사신이 와서 비로소 서용하기를 허락해 대사헌에 임명되었다. 4월에 이조 판서에 임명하자, 공정함을 다하고 지나치게 넘침을 경계하고 적체된 자들을 선발하고 인재를 찾아 이름을 명부(名簿)에 적어놓았다가 자리가 나는 대로 의망(擬望)하였으며, 시골에 깊이 숨어 있는 자에게 마음을 썼으므로 송준길(宋浚吉)ㆍ송시열(宋時烈)ㆍ권시(權諰)ㆍ이유태(李惟泰) 등 여러 사람이 처음으로 벼슬길에 나온 것은 실로 공이 이조 판서로 재직할 때였다.

소현 세자(昭顯世子)가 졸(卒)하여 여러 신하들의 복제(服制)가 결정되지 않자, 공은 이식ㆍ이목(李楘)과 함께 상소하여 청하기를, “백포(白袍) 오모(烏帽)로 했다가 졸곡(卒哭)하고 벗어야 합니다.” 하니, 이를 따랐다. 9월에 우의정에 진배(進拜)되었는데, 10월에 우레의 재변(災變)이 있자 면직하기를 빌면서 ‘덕을 닦아 재변을 늦추고 자주 공경(公卿) 이하를 인견하여 정사의 득실을 묻고 현사(賢邪)를 살피며 예(禮)로 김집(金集) 등을 초빙하고 유백증(兪伯曾)ㆍ홍무적(洪茂績) 등을 언관(言官)으로 서용하라’고 진달하였다. 또 옛날의 잠언(箴言)이나 경계가 될 만한 말, ≪주례(周禮)≫의 열두 가지 황정(荒政), 유향(劉向)의 육정 육사(六正六邪)를 써서 좌우와 내외의 성서(省署), 군읍(郡邑)의 청사(廳舍) 벽에 걸어 출입하면서 보고 살피게 하기를 청하니, 가납하였다. 이해에 가뭄으로 흉년이 들었으므로 공이 진휼(賑恤)하는 일을 전담하여 구제해 살린 자가 많았는데, 진휼을 마치고도 남은 곡식이 많자 경기(京畿)에 나누어주어 환곡(還穀)에 보태도록 하였다. 또 때때로 곡식을 비축하여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였으니, 상평법(常平法)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병술년(丙戌年, 1646년 인조 24년) 봄에 강씨(姜氏)의 옥사(獄事)가 일어나자 공은 여러 대신들과 쟁론하였으므로, 임금께서 매우 노여워하여 심지어 공과 백강(白江) 이경여(李敬輿)를 거론하며 이르기를, “이 두 사람은 내가 매우 후하게 대우하였는데, 어찌 나를 이처럼 저버릴 줄 알았겠는가?” 하였다. 강문성(姜文星) 등이 옥에 갇히자 공은 말하기를, “고변(告變)한 자가 없는 데다가 또 공초(供招)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이런 길을 여는 것은 옳지 않다.” 하였다. 3월에 연경(燕京)에 사신으로 가게 되어 우상(右相)직을 해면하고, 6월에 돌아왔다.

정해년(丁亥年, 1647년 인조 25년) 2월에 좌의정에 제수되었다. 여름에 가뭄이 들자 면직을 빌면서 인하여 ‘아랫사람의 뜻을 통하게 하고, 언로(言路)를 열고 백성들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라’고 청하였다. 8월에 병이 심해져서 면직하였다. 무자년(戊子年, 1648년 인조 26년) 여름에 다시 좌의정에 제수되었는데, 이때 임금의 춘추(春秋)가 많아서 편치 못한 날이 많자 여러 신하들을 인견하는 일이 드물었으므로 이에 공이 전후하여 자주 인접(引接)하여 자문하기를 청하고, 또 한 문제(漢文帝)와 당 태종(唐太宗)의 고사(故事) 및 우서(虞書) 몇 장을 뽑아 ≪서경(書經)≫ 무일편(無逸篇)과 합쳐 한 편을 만들어 올리면서 평소 보고 살피기를 청하였다. 날씨가 청명하고 화창한 날이면 유신(儒臣) 몇 명을 불러 경사(經史)를 논하고 정치(政治)를 의논하기를 청하였다. 겨울에 입대(入對)하여서는 재이(災異)와 관학(館學)의 가르침이 폐지된 것을 극도로 말하고 사업(司業)을 설치해야 마땅하다며 경서에 능하고 행실이 돈독한 선우협(鮮于浹)을 천거하였다.

또 교관(敎官)을 가려 동몽(童蒙)을 가르치고, 향약(鄕約)을 거듭 밝혀 습속(習俗)을 바로잡고, 내외 관원을 소견(召見)하여 폐단 묻기를 청하니, 가납하였다. 공은 항상 가르침이 해이해지고 풍속이 변해진 것을 걱정하여 진작시키는 데 마음을 썼다. 이때에 이르러 의논하여 여씨 향약(呂氏鄕約)의 조목을 가려 중외에 반포하고 예조(禮曹)와 관찰사로 하여금 주관해 시행하게 했는데, 공이 벼슬에서 떠나자 그 법도 폐지되고 말았다. 박서(朴遾)가 임금의 뜻을 거슬려 외임(外任)에 보직되자 공은 대간(臺諫)을 우대해야지 자신의 총명함으로써 아랫사람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청하였다. 또 김집과 송시열 등을 지성으로 초치(招致)하면 어찌 오지 않겠느냐고 말하였다. 또 송 효종(宋孝宗)은 비빈(妃嬪)의 주옥(珠玉)을 버렸고, 최유원(崔有源)은 집의(執義)가 되어 임해군(臨海君)의 말안장을 불태웠으니, 사치를 버리는 일을 궁궐에서부터 하고 법을 귀근(貴近)에서부터 행하면 기강이 세워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기축년(己丑年, 1649년 인조 27년) 2월에 입대(入對)하여 말하기를, “백성들의 생활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으니, 마땅히 여러 신하들로 하여금 잘못을 모조리 말하게 하여 성심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마땅히 직언(直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경여나 홍무적 같은 자는 결단코 다른 뜻이 없었고, 이응시(李應蓍)와 심로(沈)는 죄를 입은 지 이미 오래이니, 모두 거두어 서용하기를 청합니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귀근(貴近)들이 사사로이 산택(山澤)을 점유하여 백성들을 실업(失業)케 하고 있으니, 마땅히 혁파해야 합니다.” 하였다. 여름에 세손(世孫)을 책봉하였는데, 공은 말하기를, “김집과 송준길, 송시열을 불러서 보도(輔導)를 책임 지워야 마땅합니다.” 하고, 또 청하기를, “자모성(慈母城)을 수선(修繕)하고 강도(江都)에 봉수(烽燧)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매우 옳게 여겼다.

5월에 인조(仁祖)가 훙(薨)하였다. 초종(初終) 역복(易服) 및 복습(復襲)을 한결같이 ≪오례의(五禮儀)≫에 의하여 조용하고 신중하게 하여 창졸간에 실수함이 없었으며, 세자가 상제(喪制)를 마친 후에 사위(嗣位)하려고 하자, 공이 군신을 거느리고 여러 차례 나오기를 권하니, 그제야 억지로 따랐다. 이때 김상헌이 임종(臨終)에 들어왔다가 빈(殯)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니, 공이 아뢰어 머물게 하고, 김집ㆍ송준길ㆍ송시열ㆍ권시ㆍ이유태 등을 승일(乘馹)로 부르니 사방의 명사(名士)들이 조정에 다 모이게 되었다. 대행왕(大行王)의 행장(行狀)을 지으니, 안마(鞍馬)를 하사하였다. 산릉(山陵)의 퇴광(退壙) 개석(蓋石)의 덩치가 너무 크므로 둘로 쪼개고, 상여에 비단을 쓰지 말아 선왕의 검소함을 밝히라고 청하였으며, 김집이 상례(喪禮)의 고금이동의(古今異同議)를 지어 올리므로 공이 그 가부를 구분하여 올렸다. 6월에 청대(請對)하자 임금이 최복(衰服)으로 인견하였는데, ‘명종(明宗)이 즉위하여 연 경연에서 이언적(李彦迪)이 맨 처음 학문을 권한 예’를 인용해서 연신(筵臣)을 인접하여 강론하고, 또 정성껏 현인(賢人)을 임용하기를 청하니, 가납하였다. 장릉(長陵, 인조능)에 대해 다른 의논이 있게 되어 조익(趙翼)이 널리 묻기를 청하자 공이 불가하다고 하니, 뜬 의논이 진정되었다. 8월 영의정으로 진배(進拜)하자 좌의정 김상헌에게 사양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반곡(反哭)에 성문(城門)과 교량(橋梁)에서 지내는 제사를 정지해 전례(典禮)를 바로잡았다. 김상헌이 이조 판서 심액(沈詻)을 논박한 일로 대의(臺議)가 여러 갈래로 나뉘자 임금이 말한 자를 견책하려 하고, 교리(校理) 김홍욱(金弘郁)은 만사(挽詞) 때문에 장차 죄를 입게 되었는데, 공이 말하니 임금이 모두 따랐다.

10월에 입대하자, 임금이 재이(災異)를 걱정하였는데, 공이 말하기를, “비단 천재(天災)뿐만 아니라 교화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허조(許稠)는 세종(世宗)에게 상하의 구분을 엄하게 하기를 권하였으며, 선조(先朝) 때는 정엽(鄭曄)과 김육(金堉)에게 대사성(大司成)을 겸임시켜 효과 이루기를 책임 지웠습니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상벌(賞罰)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사람들이 마음으로 기꺼이 복종합니다.” 하고는 (당나라) 왕숙문(王叔文)의 일을 언급하였다. 이때 김자점(金自點)이 막 패한 뒤여서 그 무리에게 붙은 자들이 더러 지나치게 죄를 입었기 때문에 산릉(山陵)을 마친 뒤에 해면(解免)하기를 청원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이때 우의정 김육이 대동법(大同法)을 행하기를 청하였고, 좌의정 조익(趙翼)은 강법(講法)을 변경하자고 청하였는데, 공이 말하기를, “대동법은 마땅히 호서(湖西)에서 먼저 시행하고, 강법을 고치는 것은 좋다는 생각이 드나 시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니, 임금이 좋은 말이라고 칭찬하였다. 공은 ‘오부(烏府, 사헌부(司憲府))와 은대(銀臺, 승정원(承政院))는 백사(百司)의 기강을 맡는 곳이니 마땅히 승지를 구임(久任)시키고 대관(臺官)을 가려 임명해서 백관들이 직책에 부지런하게 해야함’을 말하였다. 또 학문의 요체는 이치를 밝히는 것이요 정치의 요체는 대체를 알아야 하며 덕을 닦고 형벌을 줄일 것을 말하여 그 조목을 나열하였다.

경인년(庚寅年, 1650년 효종 원년) 2월에는 청나라의 사신 여섯 명이 왔다. 임금이 처음 즉위하여 개연히 분발하던 터라 청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신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야(朝野)가 흉흉하였다. 그래서 공이 청나라에 가서 일의 기미를 살펴보기를 청하자 임금은 공이 가는 것을 어렵게 여겼다. 공은 말하기를,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신하의 절의(節義)입니다.” 하면서 말이 매우 결절(激切)하였는데, 임금이 윤허하자 ‘이경여(李敬與)를 나오게 해서 국사를 의논하고, 또 정태화(鄭太和)의 집에 찾아가 묻게 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좋은 말이라고 칭찬하였다. 공이 의주(義州)에 이르니, 청나라 사신이 비로소 압록강을 건너오다가 공이 왔다는 말을 듣고 으르렁대는 것을 조금 그쳤다. 공은 이런 상황을 급히 조정에 보고하고 그날 조정으로 돌아왔다. 이번 걸음을 처음에는 위태로움이 많았으나 이런 말을 듣고는 인심이 조금 안정되었으며, 임금 역시 기뻐하여 대신들을 모두 대궐에 모이게 하여 공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게 하고는 즉시 인대(引對)하여 감귤을 내렸다. 청나라 사신이 경사에 이르러 글 두 통을 가져왔는데, 하나는 구왕(九王)의 글이요 하나는 황제의 칙서로 우리나라가 왜(倭)를 끼고 수선(修繕)하기를 청한 것을 꾸짖는 내용이었다. 이는 인조(仁祖) 말년에 동래 부사(東萊府使) 노협(盧協)과 경상 감사(慶尙監司) 이만(李)이 왜의 정세를 아뢰자 뒤에 사신의 왕래로 인해 ‘성지(城池)와 갑병(甲兵)을 수선하여 남쪽 왜구(倭寇)를 방비한다’고 청하였으므로, 청나라의 의심을 받았었다. 이때에 이르러 이를 트집잡아 당사자에게 분풀이를 하려고 하였는데, 공이 의주에 있을 때 역관(譯官) 이형장(李馨長)이 말하기를, “당사자는 예측하지 못할 화를 당할 것이다.” 하였으나 공은 꼼짝하지 않았다. 공이 돌아와서 조당(朝堂)에 유숙(留宿)하며 제공(諸公)과 함께 출입하면서 대답할 바를 은밀히 강구하였는데, 청나라 사신이 공경(公卿)과 양사(兩司)를 뜰에 모아놓고 몇 가지 일을 힐문하다가 말이 문득 임금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되자, 공이 말하기를, “허물은 나에게 있지 임금은 알지 못하오.” 하였다. 누가 표문(表文)을 지었느냐고 힐문하자, 조경(趙絅)이 ‘묘당(廟堂)의 지시를 받아 지었소.’ 하므로 공이 말하기를, “내가 수상(首相)이니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소.” 하였다. 맨 끝에 노협과 이만에게 왜(倭)의 정세를 따져 물으니, 모두 숨기고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자 청나라 사신이 크게 노하는지라 공이 천천히 말하기를, “왜인은 참으로 헤아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겁을 먹고 사실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오.” 하니, 청나라 사신이 성난 목소리로 말하기를, “누가 주문(奏聞)하자고 하였는가? 반드시 임금이 하였을 것이다.” 하므로 공이 말하기를, “그렇게 한 것은 나요.” 하였다. 정역(鄭譯, 정명수)이 말하기를, “공 혼자서 한 것이오?” 하니, 공이 ‘그렇다’고 하였다. 여러 차례 물어도 달리 말하지 않으니, 정명수(鄭命壽)가 큰소리로 묻기를, “영상이 혼자서 하고 다른 사람은 관여하지 않았단 말이오?” 하니, 여러 사람들이 묵묵히 말이 없는데, 유독 이기조(李基祚)만이 “그 일을 어찌 수상 혼자서만 하였겠소? 우리들 모두 관여하였소.” 하니, 이에 조경과 이만, 노협은 물러가게 하고 공만 남게 하여 속였다고 꾸짖다가 한참 후에야 내보냈다. 이날 모두 호흡간에 화(禍)가 닥칠 것이라고 하면서 두려워서 인색(人色)이 없었고 공의 집사람들은 상구(喪具)를 준비해 밖에서 기다렸는데, 공만은 편안하고 한가로이 응대함이 메아리 같으니, 보는 자들이 모두 송연(悚然)해 하였으며 청나라 사람들 역시 서로 ‘조선에는 오직 이상(李相) 한 사람만 있다.’ 하였다. 임금이 듣고는 말씀하기를, “영상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잊은 것이 이와 같으며, 이기조는 처음부터 간여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대답을 잘해 빛이 난다.” 하니, 여러 사람들이 부끄러워하였다. 공이 바로 정리(廷吏)에게 나아가 대죄(待罪)하니, 임금이 위유(慰諭)하기를, “경의 충성심은 신명(神明)께 질정할 것이니, 안심하고 걱정하지 말라.” 하고는 밤에 천금(千金)을 내어 공을 구해낼 터전을 마련하였다. 이튿날 어가(御駕)가 사관(使館)에 임어하니, 사신이 ‘공과 조경은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말하므로 임금이 반복하여 힘껏 공을 위해 해명하자, 사신이 이에 ‘돌아가 황상에게 아뢰겠다’며 우선 백마 산성(白馬山城)에 가두었다. 임금이 공에게 수찰(手札)을 내려 ‘서로 만나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니, 마땅히 자애(自愛)하라’고 하였다. 종실(宗室)의 딸을 의순 공주(義順公主)라 호(號)하여 구왕(九王)에게 보냈는데, 원두표(元斗杓)와 신익전(申翊全)이 연경(燕京)에 이르니 구왕이 기뻐하면서도 오히려 공 등을 풀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이시백(李時白)을 보내려고 하는데, 마침 인평 대군(麟坪大君)이 연경으로부터 돌아와 ‘그들의 뜻 역시 매우 노하지 않고 있다’ 하였다. 가을에 청나라 사신이 또 오자 임금이 교외에 나가 맞이하여 위로하고, 여러 차례 인평 대군을 보내 연양 부원군(延陽府院君) 이귀(李貴)를 대신하고, 이기조(李基祚)를 부사(副使)로 보내 울타리를 헐고 공을 위로하게 해달라고 말하였다. 인평 대군이 이르자 청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을 연경으로 데려다가 다시 조사하려고 하므로, 사신이 힘껏 빌자 비로소 전리(田里)로 돌려보내 서용하지 말도록 허락하였다. 이경여(李敬輿) 역시 금고(禁錮)되었으며 유독 이만(李)과 노협(盧協)만이 직(直)이 되니, 임금이 사신을 보내 감귤을 내려 뜻을 보였다.

신묘년(辛卯年, 1651년 효종 2년) 2월에 공이 도성(都城) 밖에 이르자, 근신(近臣)이 맞이하여 위로하였으며, 이튿날 소견(召見)하고 월봉(月俸)을 내렸다. 공이 백마산성에 있을 때 위급한 화(禍)가 하루가 다르게 급박해졌으나 원망하거나 후회하는 빛이 없이 오직 경사(經史)를 읽으면서 자경시(自警詩)와 자경주일잠(自警主一箴)을 지었으며, 때때로 용주(龍洲) 조경(趙絅)과 술을 마시며 수창(酬唱)하기도 하고, 간혹 지팡이를 짚고 산골짜기를 찾았다. 돌아와서는 강교(江郊)에 사는 때가 많았는데, 때로 친구를 따라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조렸다. 가을에는 관동(關東) 바닷가 여러 군(郡)을 유람하였는데, 임금이 역마(驛馬) 타는 것을 허락하였다. 겨울에 돌아와 상소하여 조석윤(趙錫胤)ㆍ유철(兪)ㆍ이경억(李慶億)의 일을 논하였으며, 임진년(壬辰年, 1652년 효종 3년) 봄에는 또 죄수(罪囚)의 죄를 사형(死刑)이 이르지 않도록 의논하다가 임금의 뜻을 거슬려, ‘덕(德)을 숭상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할 것’을 상소 진달하여 풀려나게 하였다. 가을에 영돈녕(領敦寧)에 임명되었는데, 두 번 사직하여 윤허를 받았다.

계사년(癸巳年, 1653년 효종 4년) 봄에 응지 상차(應旨上箚)하여 16조(條)를 아뢰니, 모두 의논하여 행하게 하였으며, 영돈녕을 특배(特拜)하였다. 갑오년(甲午年, 1654년 효종 5년) 봄에 차자를 올려 ‘효도하는 마음을 미루어 인(仁)을 베풀고, 검소함을 숭상하고 사치를 없앨 것’을 청하였는데, 이튿날 인대(引對)하여 간절하게 온유(溫諭)하였다. 공이 “재이(災異)가 여러 번 보이니, 마땅히 덕을 닦아 하늘의 뜻을 돌려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가납하였다. 조석윤(趙錫胤)과 박장원(朴長遠)이 서원리(徐元履)를 논박(論駁)하여 견책을 당하니, 공이 다투었으나 따르지 않았다. 3월에 친히 교외에서 열병(閱兵)하니, 교리(校理) 남용익(南龍翼)이 간쟁하였다. 임금이 더욱 노하자 정언(正言) 유창(兪瑒)과 승지 윤득열(尹得說), 대간 민응협(閔應協)이 쟁론하니, 임금이 더욱 노하였므로 공이 힘껏 말하여 풀어 주었다. 여름에 홍수가 지자 차자를 올려 ‘백성을 먼저하고 군사를 뒤로 할 것이며 말단의 일로 근본을 해치지 말며, 궁녀 선발을 그만두고 내공(內貢) 및 토목(土木), 직조(織造)를 정지하라’고 청하니, 말한 바가 많이 행해졌다. 가을에 청나라 사람들이 노하므로 공이 경사(京師)에 가서 노여움을 풀어 허락을 받으니, 인하여 월봉(月俸)을 주었다. 9월에 남쪽 지방을 유람하고 돌아와 민폐를 진달하여 시행하라는 윤허를 받았다. 이때 의논하는 자의 말에 따라 무사(武事)에 뜻을 두었는데, 공이 ‘백성들의 원망은 바로 하늘의 노여움이니, 마땅히 잘 생각하여 환난 부르는 일을 물리치라.’고 하자 임금이 가납하였다. 12월에 청나라 사신이 와서 더욱 급하게 꾸짖었다. 이때 공의 아들이 안협(安峽)의 수령이 되자 공이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여 동교(東郊)에서 주찬(酒饌)과 약물(藥物)을 하사하였다. 현(縣)에 이르러 2월에 철원(鐵原)으로 옮겨 청평(淸平)과 소양(昭陽)을 유람하였는데, 얼마 안 되어 공에게 돌아오기를 독촉하였다.

을미년(乙未年, 1655년 효종 6년) 여름에 서울에 이르러 분수에 따라 한가하게 살기를 빌자 매우 간절하게 위로하고 월봉(月俸)을 주었다. 이튿날 소견(召見)하고 술을 내렸는데, 민폐(民弊)를 진달하니 시행하기를 허락하였다. 공이 면대하여 물러나 살기를 빌고 월봉을 사양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7월에 가뭄이 들자 ‘대신을 공경하고 덕교(德敎)를 먼저 베풀며, 김홍욱(金弘郁)의 친속(親屬)을 금고(禁錮)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말하니, 많이 따랐다. 호당(湖堂)을 선발하면서 공에게 가서 의논하기를 명하였다. 병신년(丙申年, 1656년 효종 7년) 5월에는 유철(兪)이 간언(諫言)하다가 국문(鞫問)을 당하자 공은 울먹이며 잠을 자지 못하고는 촛불을 밝히고 상소문을 기초(起草)하였다. 이때 임금의 노여움이 치성(熾盛)하였는데, 상소가 들어가고 이어서 여러 대신들이 말을 해서 유철은 감사(減死)되고, 가뭄으로 인해 소결(疏決)하라는 명이 내렸다. 공이 입시해 의논하여 이징(李澂)ㆍ이숙(李潚) 및 소현 세자(昭顯世子)의 셋째 아들을 석방시켰으며, 공이 또 유철의 죄를 감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따랐다.

정유년(丁酉年, 1657년 효종 8년)에 재변(災變)이 나자 ‘궁금(宮禁)을 엄히 하고, 사치를 제거하며, 포흠(逋欠)을 견감(蠲減)하고, 원옥(冤獄)을 평번(平反)하며, 풍교(風敎)를 돈독히 하고, 형벌을 감생(減省)하며, 계문(戒文)을 지어 중외에 고하라’고 청하였다. 또 이익을 가까이하는 규정을 두지 말며 상규(常規)에 구애받지 말며 분발하여 유위(有爲)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니, 모두 우악한 비답을 내렸다. 겨울에 입대(入對)하니, 임금이 호남의 대동법(大同法)을 물으므로, ‘세입(歲入)을 계산하고 물가(物價)를 헤아려 가부를 정해야 한다’고 정하니, 따랐다.

무술년(戊戌年, 1658년 효종 9년) 여름에 특별히 서추(西樞)로 돌아와서 입대하여 말하자 지나친 말도 용납하였으니, 너그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서북 지방의 풍속이 비루하여 골육 상잔(骨肉相殘)의 해가 있자, 북병사(北兵使) 및 강계(江界)와 만포(滿浦)의 수령을 문사(文士)로 임용하기를 청하니, 따랐다. 10월에 입대하니 임금이 교화(敎化)에 대해 언급하므로 몸소 행하기를 청하고, 종백(宗伯)ㆍ도헌(都憲)ㆍ경윤(京尹)ㆍ방백(方伯)에게 풍교(風敎)를 책임 지우고, 대사성(大司成)을 가려서 선(善)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11월에 영돈녕(領敦寧)이 되었다.

기해년(己亥年, 1659년 효종 10년) 봄에 입대하여 진정(賑政)의 일을 말하면서 ‘조정에서 그 강령(綱領)을 총괄하고, 도신(道臣)과 수령(守令)을 가려 임명하고, 군병(軍兵)의 정원을 줄이어 홀아비나 과부들이 원망하지 않게 하라’고 말하였다. 5월에 효종(孝宗)께서 승하하자 자의 대비(慈懿大妃)의 복제(服制)를 의논하면서 예관(禮官)은 아들에게 기년복(朞年服)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마땅히 3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송시열(宋時烈) 등은 기년복을 주장하면서 (당나라) 가공언(賈公彦)의 사종설²⁾(四種說)을 인용하였다. 공이 시제(時制)를 따라 기년으로 해야 마땅하다고 하였는데, 영상(領相) 정태화(鄭太和)의 뜻도 같았으며 심지원(沈之源)ㆍ이시백(李時白)ㆍ이후원(李厚源)ㆍ원두표(元斗杓)가 연명(聯名)으로 헌의(獻議)하니, 세자가 따랐다. 말하는 자가 신하들이 최질(衰絰)과 상장(喪杖)하기를 청하자 공은 옛 제도를 고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계빈(啓殯)하기에 미쳐서 말하는 자가 또 최복(衰服)으로 추복(追服)하기를 청하니, 공은 주자(朱子)의 때와 같지 않은데 중간에 고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복하여 진달하니, 일이 마침내 중지되었다. 행장(行狀)을 지어 올리니, 안마(鞍馬)를 하사하였다. 산릉(山陵)을 수원(水原)으로 정했다가 민가를 많이 허물어야했으므로 다시 건원릉(健元陵) 안으로 정했는데, 임금의 뜻은 수원에 있어 세 차례 차자(箚子)를 올려 간쟁하자 따랐다.

여름에 경성 판관(鏡城判官) 홍여하(洪汝河)가 상소하여 이후원(李厚源)을 헐뜯으니, 여러 신하들이 홍여하를 죄주기를 청하였는데, 공이 불가하다고 말하자, 따랐다. 이해에 북도(北道)에 기근이 들고 겨울에 우레가 치자 공은 ‘은혜를 베풀고, 창고를 열어 구제하고, 부역을 견감하며 유사(有司)를 견제하지 말고 유례(流例)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하였다. 경자년(庚子年, 1660년 현종 원년) 봄에 동쪽 백성들이 굶주리자 또 ‘창고를 열어 구제하고, 박장원(朴長遠)이 충신(忠信)하여 맡길 만하다’고 청하니, 모두 받아들였다. 당사자가 유계(兪綮)의 춘추관(春秋館) 직을 해임하고 그 아들 유명윤(兪命胤)을 사관(史官)에 앉히려 하자 공이 불가하다고 하니, 임금이 따랐다. 공이 내국(內局)을 관장하여 양전(兩殿)의 병환이 나으니, 안마(鞍馬)를 하사하고 자제에게 벼슬을 내렸다. ≪효종실록(孝宗實錄)≫을 편수하면서 공을 총재(總裁)로 명하였다. 가을에 흉년이 들자 또 ‘부세(賦稅)를 견감하고 곡식을 대출하며, 비용을 절약해 쓰고, 형벌을 늦출 것’을 청하였다.

송도(松都)에 옥사(獄事)가 있어 유생(儒生)과 장사꾼이 이끌어들여 연달아 체포되니, 유수(留守) 남노성(南老星)이 유생을 끝까지 다스리므로 공이 그러지 말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남노성이 화를 내어 공이 뇌물을 받았다고 장님 점쟁이를 성안에 보내 유언비어를 퍼뜨리므로, 공이 글을 올리고 교외(郊外)로 나가자 이민적(李敏迪) 등이 “남노성이 원로 대신을 모함한다.”고 말하였는데, 이에 박세모(朴世模) 등이 남노성을 탄핵하고, 임금이 여러 차례 승지를 보내 돈유(敦諭)하니, 공이 들어와 사례하였다.

신축년(辛丑年, 1661년 현종 2년) 여름에 참찬(參贊) 송준길(宋浚吉)이 윤선도(尹善道)를 가까운 땅으로 옮기라고 청하니, 공이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7월에 ≪효종실록≫의 편찬을 마쳤는데, 공이 한재(旱災)를 들어 연회(宴會)를 정지하기를 청하였다. 장령(掌令) 허목(許穆)이 세자(世子)를 일찍 정하기를 청하니, 공은 말하기를, “원자(元子)를 출생하여 종묘(宗廟)에 고하고 반사(頒赦)하였으니 국본(國本)이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하였는데, 영상(領相) 정태화(鄭太和) 역시 공의 말을 따라서 마침내 그 의논이 중지되었다.

임인년(壬寅年, 1662년 현종 3년) 봄에 호남 진휼 어사(湖南賑恤御史)가 세곡을 받아들이는 기일을 물리고 환조(換租)하기를 청하니, 공은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이 백성들에게 환심(歡心)을 사려는 폐습(弊習)이라고 말하지만, 백성을 돌보는 일을 백성에게 환심을 사려는 일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백성들을 가혹하게 학대하기에 이를 것입니다.” 하고는 선조(先朝) 때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설[爲國爲民之說]’이 있었음을 거론하였다. 일찍이 진언(進言)하기를, “도리를 어기면서 명예를 구하는 것은 본디 나쁘지만 도리를 어기면서 백성에게 포학하게 하는 것에 비해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백성을 위하는 것이 바로 나라를 위하는 것인데, 어찌 둘로 나누어야 하겠습니까? 이 설이 만약 행해진다면 백성들이 명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니, 인조(仁祖)께서 매우 그렇게 여겼으며, 효종(孝宗) 때에 미쳐서도 역시 일찍이 말했는데, 이때에 이르러 세 번째 상언(上言)한 것이다. 여름에 서필원(徐必遠)이 상소한 것에 공을 침해하는 말이 있어 공이 물러나기를 빌어 교외로 나갔다가, 임금이 여러 번 면유(勉諭)하여 돌아왔는데, 서공(徐公)이 뒤에 후회하고 와서 사과하여 교분이 더욱 깊어졌으니, 이는 대개 공이 아량으로 자기를 포용해 준 데 감복해서였다.

계묘년(癸卯年, 1663년 현종 4년)에 인종(仁宗)을 영녕전(永寧殿)에 조천(祧遷)하게 되었다. 제도가 좁아서 장차 고치게 되어 공이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임금이 좌우의 익실(翼室)을 넓혀 정전(正殿)처럼 만들려고 하니, 공이 힘껏 불가함을 말하여 일이 그치게 되었다. 기내(畿內)에 양전(量田)하면서 군현(郡縣)의 전답이 줄어든 데 연루되어 장(杖)을 맞게 되었는데, 공이 말하기를, “그 등급이 낮아졌다고 하여 책임을 많게 함은 균전(均田)하는 뜻이 아니요, 또 수령에게 장을 치는 것은 마땅치 못합니다.” 하였다.

갑진년(甲辰年, 1664년 현종 5년)에 공의 나이 70세여서 치사(致仕)를 청원하는 상소를 일곱 번이나 올렸으나, 윤허하지 않아 입대(入對)해서 거듭 간청했으나 그래도 윤허하지 않았다. 겨울에 입대했을 때 말이 교화(敎化)에 미치자 정태화(鄭太和)가 ‘공이 그 직위에 있으면서 설시한 바가 아주 많으니, 마땅히 위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튿날 예조 판서가 공의 의논에 따라 중외(中外)에 반포했는데, 그 규모와 절목(節目)은 기축년(己丑年, 1649년 인조 27년)과 같았다. 재변(災變)이 나자, 입대하여 뵙고는 여러 사람들의 말을 채납(採納)하고, 사치스러운 공주(公主)의 집을 헐며, 상방(尙方)의 직조(織造)를 정지하고, 내옥수(內獄囚)를 석방하며, 박장원(朴長遠)을 수용(收用)하기를 청하였다.

을사년(乙巳年, 1665년 현종 6년) 가을에 임금이 온천(溫泉)에 행행하면서 공을 거류(居留)에 임명하였는데, 어가가 돌아와 다시 안마(鞍馬)를 하사하고 자제에게는 벼슬을 주었다. 겨울에 재변으로 인하여 진계(陳戒)하니, 모두 여덟 가지 일이었다. 병오년(丙午年, 1666년 현종 7년) 봄에 또 네 가지 일을 말하였다. 3월에 임금이 온천에 행행하면서 공을 유도(留都)하게 하였는데, 은사(恩賜)는 전과 같았다. 정미년(丁未年, 1667년 현종 8년) 봄에 조성보(趙聖輔)와 이후(李垕)를 찬축(竄逐)하고, 승지(承旨)를 정리(廷吏)에게 내리고, 이숙(李) 등 7인이 또 견책(譴責)을 당하므로, 공이 간했으나 따르지 않았는데, 4월에 청대(請對)하여 다시 말하고 인하여 죄 없이 척보(斥補)된 홍만용(洪萬容)과 남이성(南二星)을 언급하여 두 사람이 척보를 면하였다. 온천에 행행하게 되어 공이 또 유도(留都)하였다. 행조(行朝)의 대신이 다시 여러 찬축된 사람에 대해 말하니, 임금이 공의 말을 생각하여 양이(量移)를 윤허하였다.

무신년(戊申年, 1668년 현종 9년)에 재변으로 인하여 여섯 가지 경계할 일을 진달하였으니, ‘성학(聖學)ㆍ교화(敎化)ㆍ형옥(刑獄)ㆍ수령(守令)ㆍ부역(賦役)ㆍ사치(奢侈)’에 관한 것들이었다. 봄에 쌀과 비단을 하사하니, 공이 사양하고는 인하여 ‘창고를 열어 기민(饑民) 구제할 것’을 청하였다. 8월에 온천에 행행하게 되어 공이 또 거류(居留)하였다. 10월에 공에게 궤장(几杖)을 하사하니, 여러 차례 사양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기로연(耆老宴)을 베풀어주려고 하므로 또 힘껏 사양하자, 유사(有司)가 예(禮)를 갖추어 궤장을 가져오고 음악을 하사하는 한편 내외에 선온(宣醞)하니, 완평 부원군(完平府院君, 이원익(李元翼))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일세(一世)가 감탄하였다.

기유년(己酉年, 1669년 현종 10년) 3월에 임금이 온천에 행행하려고 하면서 공이 늙었다 하여 거류(居留)에 임명하지 않자, 차자(箚子)를 올려 일찍 돌아올 것을 청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평소 조정에 사직하는 자가 이어져 오늘날 장전(帳殿)에 분문(奔問)하는 자가 없습니다. ‘스스로 뽐내며 으쓱거리는 음성과 안색으로 사람을 천리 밖에서 막는다’는 (맹자(孟子)의 말이) 지금에 또한 가깝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마땅히 마음을 쓰셔야 합니다.” 하니, 가납하였다.

처음에 송시열(宋時烈)의 이름이 일세에 중하였는데, 공이 인조(仁祖) 때 여러 차례 천거하여 송시열이 서울로 와서 베옷과 짚신 차림으로 집에 찾아오자 공은 대등한 예(禮)로 극진히 대하였으며, 효종(孝宗) 초년에 또 첫 번째로 초빙해 오기를 청하였다. 송시열의 명위(名位)가 높아지자 경중(敬重) 존상(尊尙)한 것이 서독(書牘)에 나타났는데, 공이 올린 차자를 보고는 노하여 공을 비난하고 헐뜯으므로 공은 두려워 차자를 올려 말하기를, “송시열이 상소하여 신을 배척하였으니, 신은 매우 부끄럽습니다. 신은 짧은 차자에서 한 말을 잘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위유(慰諭)하였다. 회천(懷川, 송시열을 지칭함)이 유림(儒林)의 영수(領袖)여서 그의 언론 시비(言論是非)를 아무도 감히 의논하지 못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록 그의 문사(門士)라도 모두 의심하였으며, 동춘(同春, 송준길(宋浚吉)) 역시 공을 대하여 놀라고 한탄하였다. 대개 공이 기해년(己亥年, 1659년 현종 즉위년)에 상례를 의논하면서 사종설(四種說)을 따르지 않았는데, 회천이 영릉(寧陵)의 지문(誌文)을 지으면서 ≪시경(詩經)≫의 ‘비풍 하천(匪風下泉)’의 글을 인용하자 공이 말이 너무 노골적이니, 고치기를 청하였다. 또 동춘의 말로 인하여 윤선도(尹善道)의 위리(圍籬)를 철거하기를 청하였고, 회천이 공의 집안과 혼인(婚姻)을 맺고자 했으나 또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과 노여움이 쌓인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 공은 아무렇지 않게 마음에 두지 않고 평소 그의 장단점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여름에 병이 심해져서 세 번 상소하여 해직을 청원했으나, 윤허하지 않으므로 강가로 나가 거처하니, 근시(近侍)가 와서 효유하였다. 7월에 비로소 서울로 돌아오니, 또 근시를 보내 효유하였다. 이때 신덕 왕후(神德王后)를 부묘(祔廟)하려는 의논이 있게 되어, 백관을 거느리고 정청(廷請)하자 달을 넘겨서야 비로소 따랐는데, 그 의도(儀度)가 대부분 공에게서 나왔다.

공과 부인(夫人)은 모두 나이가 많도록 무양(無恙)하여 경술년(庚戌年, 1670년 현종 11년) 정월에 회혼례(回婚禮)를 올렸는데, 자손들이 축수(祝壽)하자 학발(鶴髮)이 서로 대하여 술잔을 번갈아 올렸는데, 구경하는 자들이 부러워하며 감탄하였다. 김징(金澄)이 이은상(李殷相)과 오정위(吳挺緯)의 죄를 탄핵하자 공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니, 김징이 공을 침모(侵侮)하였는데, 후에 김징이 장죄(贓罪)에 걸려 하옥되자 공은 ‘김징이 어머니의 수연(壽宴)을 위해 한 일이라면서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고, 또 형신(刑訊)을 받게 되자 불가함을 말하니, 임금이 따랐다.

신해년(辛亥年, 1671년 현종 12년) 봄에 장령 조세환(趙世煥)이 간언(諫言)하다가 죄를 입게 되니, 공은 병환 중에 차자(箚子)를 올려 간하였다. 9월에 병이 심해져서 24일에 정침(正寢)에서 졸(卒)하니, 수(壽)는 77세였다. 임종할 때 침실 지붕에 흰빛의 기운이 일어났다가 한참만에 사라졌다고 한다. 부음이 전해지자 임금이 놀라 애도해 마지않으며 조제(弔祭)와 부의(賻儀)를 모두 넉넉하게 하였으며, 경대부(卿大夫)에서 소민(小民)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로 조문하고 외직(外職)에 있는 자들도 대부분 부의하고 유사(有司)들은 예법대로 상구(喪具)를 마련하여 11월에 광주(廣州) 서쪽 낙생(樂生) 임좌(壬坐)의 언덕에 장사 지내니, 선영(先塋)에 따라서이다.

공은 용모(容貌)가 수려(秀麗) 웅위(雄偉)하고, 천품(天稟)이 인선(仁善) 관후하였으며, 자량(慈良) 화락(和樂)하였고 염정(恬靜) 청수(淸修)하였다. 일찍이 성품이 어긋나고 과격하거나 거짓되고 자랑하지 않고 충후(忠厚) 화순(和順)한 기색이 면목에 가득하였으며, 분노하거나 사나운 기색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고 바라보면 엄연(儼然)하게 위엄이 있어 사람들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어버이를 지성으로 모셔 양친 모두 나이 많도록 무양(無恙)하였는데, 말과 행동 모두에 지극한 애정이 스며 있었다. 어버이의 병환에 옷을 벗지 않았으며 상(喪)을 당해서는 슬퍼하고 장례와 제사에 정성을 다해 예에 맞게 해서 전후 6년 동안 거의 실성할 정도였다. 삭망(朔望)이면 참배(參拜)에 눈물을 흘리고 제삿날에 애통해 하기를 초상 때처럼 하여 그 달이 다 지나도록 연락(宴樂)에 참석하지 않았다. 매양 묘소에 올라가 실성 통곡하였으며, 선조를 위하여 사당(祠堂)을 세워 제전(祭田)을 갖추고 묘를 수리하여 수총(守冢)을 두었다. 비록 외가(外家)라 하더라도 역시 그 제사를 지냈으며 모든 제사에 늙었다고 하여 폐하지 않고 목욕 재계(沐浴齋戒)하였으며, 자손들에게 감히 게을리 하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혹시 자신이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들리면 손을 씻고 의관(衣冠)을 갖추고 공경을 나타냈다. 큰형을 엄부(嚴父)처럼 섬겼고 중형(仲兄)이 일찍 죽어 형수가 늙고 후사가 없었는데, 의복(衣服) 봉양(奉養)을 부족하지 않게 대주었으며, 생일날이나 명절이면 음식을 장만하여 올렸다. 자손에게 ≪소학(小學)≫을 먼저 가르친 다음에 다른 책을 가르쳤으며, 평소에 조정에 대한 이야기나 남의 장단점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몸단속과 수행(修行)에 힘쓰도록 하였다. 여러 친족 가운데 가난한 자가 많았는데, 반드시 살아갈 밑천을 대주고 질병이 나면 의약을 주어 구제하였으며, 혼인과 상사(喪事)에 힘껏 도와 주면서 몸소 먼저 가 위문하였으므로 젊은 자들이 감히 뒤에 갈 수 없었으니, 내외 종족들이 모두 의지하고 우러렀다. 또 이웃 마을과 향약(鄕約)을 만들어 대략 조목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공은 처음 벼슬하면서부터 명성이 선배들을 가리울 정도였는데, 20년 동안 마침내 정승의 자리에 올라 위로는 임금의 권우(眷遇)를 받고 아래로는 조야(朝野)가 기대하였다. 효종(孝宗) 때에 이르러서 더욱 전권(專權)을 위임하자 공이 또 정성을 다하다가 갑자기 경인년(庚寅年, 1650년 효종 원년)에 백마성(白馬城)에 감금된 일이 있었는데, 비록 청(淸)나라의 강박에 의한 것이겠으나 임금은 은례(恩禮)의 융숭함이 다른 재상들이 바랄 바가 아니어서 크고 작은 일을 자문(諮問)하면서 말끝마다 원로(元老)라고 하였다. 공은 매양 경서(經書)를 인용하고 의리(義理)에 의거해서 간언(諫言)하고 의리를 밝히되 반드시 인후(仁厚) 측달(惻怛)함을 위주로 하면서 더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으므로, 임금은 번번이 안색을 변하였다. 재변을 경계하여 구언(求言)하면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해야 하며, 희노(喜怒)를 경계하고 간언(諫言)을 받아들일 것이며, 절검(節儉)을 숭상하고 형옥(刑獄)을 돌보라는 것’으로써,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자세하고 간절하게 해서 성실하지 않은 말이 없었으니, 임금이 마음을 비우고 가납하여 10년 동안의 대우가 하루와 같았다.

현종(顯宗) 때에 미쳐서는 지위와 명망이 더욱 높아져서 중외(中外)가 거기에 의지하여 먼 시골의 부녀자나 어린아이들까지 능히 백헌(白軒)이란 공의 호를 외었다. 조정에서의 대우가 특이하므로 공 역시 크고 작은 일을 극진히 하여 임금이 그 지성을 알았다. 늙어서는 나라에 큰일이 있으면 가서 묻게 하여 존경하는 예가 둘도 없을 정도였다. 지금 임금이 어린 나이에 공의 명덕(名德)을 듣고는 한번 만나 알고 지내기를 원하자 특별히 들어와 뵙기를 윤허하였다. 공은 부지런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제일 먼저 조정에 나아가 명을 받았다. 기우제(祈雨祭)를 지낼 때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하여 돌아가서도 공복(公服)을 벗지 않고 뜰에 엎드려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어났다. 그래서 공이 비를 빌면 비가 내리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뭄이 들 때 공이 비를 빈다는 말을 들으면 도성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제 당연히 비가 올 것이다.” 하였다.

평소에도 조정에 아름다운 정사(政事)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재이(災異)가 있거나 잘못된 정사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얼굴에 근심하는 기색을 띠었다. 상소할 일이 있으면 조복(朝服)을 입고 배송(拜送)하였으며 비답(批答)을 받을 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어가(御駕)가 거둥할 때 따라가지 못하면 반드시 엎드려서 기다렸으며, 임금이 하사(下賜)하면 비록 하찮은 물품이라도 조복을 입고 뜰에서 받아 사당에 올릴 것은 올렸다. 몸가짐과 사람 접대를 한결같이 정성으로 하여 구차하지 않았는데, 항상 말하기를, “선비는 정직(正直) 충후(忠厚)함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정직하기만 하고 충후하지 못하면 각박(刻薄)하게 되고, 충후하면서 정직하지 못하면 나약(懦弱)하게 된다.” 하였다. 사람을 논하면서는 그 사람의 장점만 말하고 단점은 논하지 않았고, 글은 대략만 살펴보고 세밀하게 따지지 않았으며, 죄수(罪囚)를 논하면서는 의언(議讞)하여 살리기를 먼저하고 죽이는 것은 뒤로 미루었으며, 억울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풀어주려고 하였으니, 사람을 사랑하고 살리기를 좋아한 것은 천성이 그랬던 것이다.

조정에서는 대체(大體)를 지니기에 힘쓰고,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면서는 섬세하고 주밀(周密)하게 하였다. 더욱 친구들과 돈독하게 지내 상(喪)이나 병이 있으면 마음을 쓰고, 그 자손을 돌보아 주었다. 하인들이나 천한 자들이 생활 터전을 잃는 일이 없게 하였으며 곤충(昆蟲)과 초목(草木)까지도 차마 상하게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현우(賢愚) 귀천(貴賤)을 물론하고 마음속으로 기꺼이 복종하여 어진 분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체모(體貌)에 끊은 듯이 위엄이 있고 규모(規模)에 법도(法度)가 있어 확고하게 지조를 지켰다. 큰 일에 크게 의심나는 일을 처결할 때는 반드시 옛 바른 도의를 표본으로 하였다. 늙어서도 걸음이 불편하지 않았으며 용의(容儀)가 장엄(莊嚴)하여 매양 조회(朝會)에서 행동이 법도에 맞으니, 백관들이 황송해 하며 공경하였다. 평생 동안 자신을 단속하여 반드시 ≪소학(小學)≫에 따랐으며, ≪논어(論語)≫에서 힘을 얻음이 더욱 많았다. 늙어서는 책상에다 항상 ≪근사록(近思錄)≫과 주서(朱書)를 두고 매양 외며, 장경(莊敬)함을 날로 힘쓰고 안일 방종함을 날로 구차히 여겼으며,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단정하게 앉아 큰 추위나 더위에도 변함 없이 항상 그렇게 하였다. 누추한 옷을 입고 담박한 음식을 먹었으며 사는 집이 누추하고 좁았으나 늘리거나 꾸미지 않았다. 평생 완호(玩好)하거나 즐겨 하고 싶어함이 없었으므로 어떤 사람이 묻기를, “공에게도 벽(癖)이 있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없다. 오직 문자(文字) 좋아하는 것을 기벽(奇癖)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였다. 성색(聲色)을 깊이 경계하고 비리(鄙俚)함을 끊고 술잔을 들고 시(詩)를 읊조리며 가끔 해학을 나누니, 풍류(風流)가 넘치고 화기(和氣)가 사람을 엄습했으나 의도(儀度)를 잃지는 않았다.

성품이 독서를 좋아하여 손에서 책을 떼어놓은 일이 없어서 70세에도 과정(課程)을 두어 호전(胡傳, 송(宋)나라 호안국(胡安國)의 춘추전)을 익혔으며 창려(昌黎, 한유(韓愈))와 두보(杜甫)의 시를 좋아하였고 ≪노자(老子)≫나 ≪장자(莊子)≫ 등 이단(異端)의 책은 읽지 않았다. 젊어서 조찬한(趙纘韓)의 문하에서 고문(古文)을 수업하여 사장(詞章)의 근원이 넉넉하고 성대하여 붓을 잡으면 바로 쓰되 현란하고 농염하였으며 이상하고 각박한 글을 짓지 않았다. 나이와 덕(德)이 높아지자 문장이 더욱 세상의 추중(推重)을 받아 비문(碑文)ㆍ지장(誌狀)ㆍ제영(題詠)ㆍ기발(記跋)의 요청이 책 상자에 가득 넘쳤는데, 붓을 휘둘러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과거 시험(試驗)을 관장하여 뽑은 자들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자가 많고 공경(公卿)이 되어 유명한 자가 매우 많았다. 필법(筆法)이 경쾌하고 자태가 아름다워 구하는 자가 끊어지지 않았으며, 시문(詩文)이 매우 많았으나 산일(散逸)된 것이 많아 50권으로 간행되었다.

금상(今上) 경신년(庚申年, 1680년 숙종 6년)에 김석주(金錫胄)ㆍ김수항(金壽恒)ㆍ민정중(閔鼎重) 등이 상언(上言)하여 공의 손자 이우성(李羽成)을 6품관(品官)으로 탁배(擢拜)하여 제사를 폐(廢)함이 없게 하였다. 부인(夫人) 전주 유씨(全州柳氏)는 관찰사 유색(柳穡)의 딸인데, 자애(慈愛)하고 장숙(莊淑)하여 집안을 법도 있게 다스려 공이 경중(敬重)하였다. 갑인년(甲寅年, 1674년 숙종 즉위년) 9월 14일에 졸하여 공의 묘 왼쪽에 부장(祔葬)하였다. 다음과 같이 명(銘)을 쓴다.

세 조정을 섬긴 원로(元老)요 한 시대의 미더운 신하였네. 나라를 위해 집안을 잊고 임금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네. 진심에서 우러난 충성 해처럼 빛나고 평소의 절조 서릿발을 능멸했네. 험하고 어려운 일 두루 다 겪고 맛보았네. 신의(信義)가 지극하여 능히 돈어(豚魚) 같은 미물도 감동시켰네. 덕(德)은 온전하고 행실이 높아서 동관(彤管)에 여러 번 쓰였네. 거짓된 자들 날뛰었으나 세상에 유명한 분 계셨네. 올빼미와 봉황은 성질이 달라서 성내는 일 많았는데, 선(善)하지 못한 자들 모질게 군자(君子)를 왜 피곤케 하였는가? 내가 비석에 명을 쓰나니 사람들 앞으로 경의를 표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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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