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雜記)

개인 불황

아현(我峴) 2010. 10. 16. 23:33

국가적 경기불황이라는 말은 많이 한다.
그것이 국가이든, 회사이든, 사회이든 총체적 난국이 발생하게 되면 사용하는 말이 바로
"불황"이다.
이 단어는 한자로 이렇게 쓴다.
"不況"
백과사전에 따르면,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유효수요(有效需要)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생산이나 소비 등의 경제활동이 쇠퇴하거나 침체를 나타내는 상태"
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내가 보기엔 영어로
depression
을 의미하는 듯 하다.
不況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데
비슷한 말로는 "불경기"가 있다.
본래 '況'이라는 말은 형편,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이니
不況은 형편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 될터
경제 상황 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리라 본다.

오늘 나의 형편이 좋지 한다.
한마디로 개인 불황.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대전 나갔다가 앞 차를 박았다.
외제차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얼굴색이 늘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거의 한달 내내 들었던 터라
혹여나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건가.
일은 계속 겹치는데 되는 건 없고.
의욕은 예전만 못하고 있으니
운전을 하면서도 멍하고 정신 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졸음운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시
무신경운전.

결국 오늘 불황의 결말을 보았다.
역시 사고는 순간인지라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안난다.
다만 내가 한눈을 팔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억에 남는 건 갑자기 내 앞에 차가 서 있었고
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결국 앞 차를 박았다는 사실.
앞 차 운전자가 착해서 망정이었지....

개인 불황의 청산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직 모르겠다.

아현.